비자 없이 15년 동안 한국에서 불법 체류한 50대 중국 동포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이 선처했다.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이형주 부장판사는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 행사,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국 동포 최모(57)씨에게 형 선고를 유예했다고 10일 밝혔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2년의 유예기간을 사 지내면 형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최씨는 2000년 기술연수 비자(D-3-1)를 받고 입국했다. 2004년 체류 기간이 만료됐지만 연장 허가를 받지 않고 2018년까지 국내에 머물렀다.
건설현장 일용직 등으로 일하던 최씨는 2011년 친형의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 신고증에 자기 사진을 붙인 뒤 인력사무소에 제출했다. 이후 발각돼 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에서 “이혼 후 실의에 빠졌다”며 “자진신고하면 한국에 다시 입국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불법체류자의 합법적 체류를 위한 정책을 통해 적법하게 체류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최씨가 알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씨가 저지른 범죄는 생계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며 “아무런 해악을 초래한 바가 없어 비난 가능성이 없으며, 20년가량 국내에 체류하며 성실히 생업에 종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인한 행정조치는 별론으로 한다”면서도 “최씨가 계속 체류하거나 다시 한국을 찾거나 나아가 국민의 일원이 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