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군민에게 왕소금 뿌린 발언” 조명래 장관 작심 비판한 이외수

입력 2020-02-10 05:42


소설가 이외수 작가가 군부대 축소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원도 화천을 걱정하며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산천어축제’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작가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6년 동안 화천군과 산천어 축제 홍보대사라고 밝힌 뒤 화천이 현재 회생불능 패닉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군부대축소, 돼지열병, 집중호우 및 강물 범람, 기후 온난화에 의한 얼음 부실, 부득이 산천어축제 2회 연기, 동물보호단체의 연이은 태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에 연일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이외수 작가 페이스북 캡처

이 작가는 “축제를 위해 준비한 농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태이며 축제를 위해 준비한 다량의 산천어 역시 처치 곤란인 상태”라고 “이런 상황에서 돼지열병 방역 결과 점검차 화천을 방문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산천어축제장에는 가 보지도 않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 중심의 향연은 저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각종 흉기로 난도질당한 화천 군민들의 알몸에 환경부장관님께서 친히 왕소금을 뿌리시는 듯한 발언”이라고 한 이 작가는 “동물보호단체나 환경부장관의 동물사랑은 진정성이 몹시 의심스러움”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강원 화천의 산천어 축제에 가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원주지방환경청장에게 이런 축제를 계속해야 하느냐고 말했다”며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인간 중심의 향연 저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어 “산천어는 바다에 서식하다 산란기가 되면 민물로 와서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는 회유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산천어들은 댐 때문에 거의 회유하지 못하는 신세다”라며 “산천어를 그토록 사랑하신다면 댐부터 폭파하셔야 마땅”이라고 지적했다.

“산천어는 1급수에서만 자리는 물고기로 축제장에서 사용되는 산천어들은 전부가 자연산이 아닌 알에서부터 치어, 성어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화천군에서 축제용으로 관리 감독하는 인공 물고기”라고 한 이 작가는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지자체인 화천군은 산천어축제를 통해 약 130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산천어 축제는 환경을 파괴하는 축제가 아니라 오히려 환경을 보호 관리할 때 어떤 이익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가를 여실히 입증해주는 축제”라며 “완벽하진 않지만 축제 관계자들은 문제점들에 대해 개선책과 보완책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실정.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년 글로벌 육성 축제로 지정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축제”라고 설명했다.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인간의 식탁을 위해 고통받거나 학대받으면서 사육되고 있는가. 악은, 돼지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육되나. 고등어, 오징어, 낙, 뱀장어 등은 아무런 고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쁨에 겨운 상태로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는 걸까”라고 반문한 이 작가는 “동물보호단체나 환경부장관께 자갈을 구워 먹는 방법이나 모래를 삶아 먹는 방법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한편 산천어축제는 동물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5일 축제 개막일엔 일부 시민단체들이 현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산천어 살리기 운동 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인간에게는 축제지만 동물에겐 죽음의 카니발”이라고 지적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