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색’ 국민당 창당 선봉에 선 안철수 “기득권과 맞짱”

입력 2020-02-09 21:38
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된 안철수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당이 9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발기인대회에는 안 전 의원을 비롯해 권은희·김수민·권은희·이태규·신용현·김중로·김삼화 의원 등 ‘안철수계 의원’ 및 발기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창당준비위원장은 안 전 의원이 맡기로 했고, 정당명은 ‘국민당’으로 채택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민당을 상징하는 색인 ‘오렌지색’ 손수건을 목에 묶었다. 안 전 의원은 재킷 안에 오렌지색 니트를 입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혼합된 오렌지색은 따뜻함과 행복감, 긍정, 희망을 상징한다는 것이 창당준비기획단의 설명이다.

안 위원장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녹색을 상징색으로 하는 국민의당을 창당한 바 있다.

국민당 창당 발기인 대회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장은 만 18세를 맞아 첫 투표를 하는 유권자부터 예비역 준장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발기인들로 가득 찼다. 정장, 패딩조끼 등 옷차림도 편안하고 다양한 모습이었다.

안 위원장은 창준위원장 인사말에서 “국민의 이익 실현을 위해, 진영 정치를 무찌르고 제대로 된 도우미 정치를 하기 위해 뿌리 깊은 권위주의와 온몸으로 부딪히겠다”며 “투쟁하는 실용정치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득권 세력을 상대로 조금도 굴하지 않고 맞짱뜰 수 있는 굳은 신념과 결기가 있어야 한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뚫고 가겠다” 등 여러 차례 굳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보수통합에 선을 긋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 가치와 대의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발기인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당 지지율이 낮다’는 지적에 “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충분히 알릴 시간이 부족했다. 이제 우리 정당이 무엇이 다르고,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열심히 알리려고 한다”면서 “(여론조사가) 저희가 노력할 동인을 제공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바른미래당에 당적을 둔 안철수계 의원들이 대부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는 비례대표 의원인 상황에 대해서는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된 안철수 전 의원이 꽃다발을 손에 든 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기인대회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정의와 공정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이지만 최근 ‘친문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진 전 교수는 “여러분의 정치가 무엇인지 저는 모른다. 여러분이 저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인 것 같다”고 웃은 뒤 “다 달라도 우리가 합의해야 할 것은 바로 공정, 정의다”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진 전 교수에 대해 “우리나라가 바로 가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진정한 문제 의식을 가진 분이라고 예전부터 생각해왔다”며 “비판을 넘어서 대안까지 제시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의원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기인대회에서는 한정된 시간 내에 진행되는 끝장 토론, 즉 ‘해커톤’ 방식으로 공정한 사회·좋은 일자리·4차산업혁명·저출산정책·교육정책 개혁·부동산 대책·실용적 중도주의·자영업자 지원·공유정당·사회안전망 제시 등 10가지 가치와 비전을 도출했다.

안 위원장이 앞서 밝힌 ‘이슈 크라시’ ‘커리어 크라시’ 등의 개념에 대해 김경환 창당준비기획단장이 상세히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국민당은 창준위 체제 전환을 계기로 서울·경기·인천·대전·충북·세종·광주 등 7개 시·도당 창당 작업을 본격화한다. 중앙당 창당은 다음 달 1일로 계획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