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정치 1번지’ 탈환 경쟁이 시작됐다. 이 고문과 황 대표는 9일 나란히 서울 종로구 일대의 민생현장을 찾아 지역구 민심을 챙겼다. 이 고문은 이날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바꿔 나가겠다”며 행정과 현장의 조화를 강조했다. 황 대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가 망가졌다며 ‘종로구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 고문은 종로구 사직동 일대의 낙후 지역과 재개발 분쟁 지역 등의 현안을 청취했다. 그는 현장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종로구민을 위한 4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이 고문은 “첫째로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바꿔가고 싶다. 그러기 위한 교육, 보육, 주거환경, 산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고문은 고양 삼송과 용산 구간 신분당선 연장 추진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종로구를 역사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종로구의 현안과 관련해서는 황 대표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고문은 “종로와 대한민국을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 다른 후보들과도 그것을 위한 논의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 고문은 자신의 장점으로 ‘현장형’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의 장점을 얘기하는게 쑥스럽다. (장점은) ‘일을 제대로 해봤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 고문은 그동안 자신이 총리 시절 잘한 것 가운데 하나로 현장에 대한 대처를 꼽을 정도로 ‘현장형’임을 자임했다. 그는 이날도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해결을 직접 모색하고 진두지휘하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사직동 일대의 재개발 분쟁지역을 방문해 행정과 현장의 조화를 말했다. 그는 정영미 사직동 재개발조합장에게 “각자(행정부와 주민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행정부가 생각하는 행정적인 수요를 충족하면서 또 우리가 원하는 것과 조화를 이루겠다. 잘 꾸미면 좋은 동네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해당 지역은 2010년 서울시와 종로구민이 재개발 문제로 소송을 다퉜던 곳이다.
황 대표는 이날 종로 출마 발표 이후 첫행보로 공실 상가가 많은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 일대와 모교인 성균관대, 정독도서관(옛 경기고 부지)을 방문했다. 황 대표는 종로 공실 상가 앞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를 반드시 되살려내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석에 있는 소상공인들도 챙겨서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동시에 지역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골목을 살펴봤다. 2년 넘게 공실로 비어있는 상가 앞에서는 그는 “날이 추운데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했다. 황 대표는 거리를 걸으면서 구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중 부동산 중개업자 구본고(79)씨는 “35년 동안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아주 다 망했다”라며 “일대상가가 전부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바뀌었는데도 장사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황 대표에게 지역 상황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의식한 황 대표는 악수 대신 주먹 인사(주먹끼리 맞닿는 인사법)를 권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후 성균관대 앞 거리를 걸으며 대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떡볶이집에 방문해 지역 분위기를 묻기도 했다. 그는 “청년이 많이 어려운데 행복한 청년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어른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인사를 나눈 한 성균관대 학생은 “취업이 어려운 저희같은 청년에게 민주당 정책은 잘 와 닿는지 않는다”며 “정치는 잘 모르지만 황 대표에게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정독도서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총리 시절만해도 종로에 공실이 거의 없었다. 몇 년 사이에 공실이 엄청 늘었다니 원인은 정부의 경제실정 때문이다”라며 “종로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박재현 김용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