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 탈환 경쟁 시작…이낙연, 황교안 앞다퉈 민생행보

입력 2020-02-09 17:15 수정 2020-02-11 10:49
4·15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경로당을 찾아 어른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정치 1번지’ 탈환 경쟁이 시작됐다. 이 고문과 황 대표는 9일 나란히 서울 종로구 일대의 민생현장을 찾아 지역구 민심을 챙겼다. 이 고문은 이날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바꿔 나가겠다”며 행정과 현장의 조화를 강조했다. 황 대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가 망가졌다며 ‘종로구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 고문은 종로구 사직동 일대의 낙후 지역과 재개발 분쟁 지역 등의 현안을 청취했다. 그는 현장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종로구민을 위한 4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이 고문은 “첫째로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바꿔가고 싶다. 그러기 위한 교육, 보육, 주거환경, 산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고문은 고양 삼송과 용산 구간 신분당선 연장 추진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종로구를 역사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종로구의 현안과 관련해서는 황 대표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고문은 “종로와 대한민국을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 다른 후보들과도 그것을 위한 논의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 고문은 자신의 장점으로 ‘현장형’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의 장점을 얘기하는게 쑥스럽다. (장점은) ‘일을 제대로 해봤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 고문은 그동안 자신이 총리 시절 잘한 것 가운데 하나로 현장에 대한 대처를 꼽을 정도로 ‘현장형’임을 자임했다. 그는 이날도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해결을 직접 모색하고 진두지휘하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사직동 일대의 재개발 분쟁지역을 방문해 행정과 현장의 조화를 말했다. 그는 정영미 사직동 재개발조합장에게 “각자(행정부와 주민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행정부가 생각하는 행정적인 수요를 충족하면서 또 우리가 원하는 것과 조화를 이루겠다. 잘 꾸미면 좋은 동네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해당 지역은 2010년 서울시와 종로구민이 재개발 문제로 소송을 다퉜던 곳이다.

4·15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를 찾아 공실 상가 앞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황 대표는 이날 종로 출마 발표 이후 첫행보로 공실 상가가 많은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 일대와 모교인 성균관대, 정독도서관(옛 경기고 부지)을 방문했다. 황 대표는 종로 공실 상가 앞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를 반드시 되살려내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석에 있는 소상공인들도 챙겨서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동시에 지역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골목을 살펴봤다. 2년 넘게 공실로 비어있는 상가 앞에서는 그는 “날이 추운데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했다. 황 대표는 거리를 걸으면서 구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중 부동산 중개업자 구본고(79)씨는 “35년 동안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아주 다 망했다”라며 “일대상가가 전부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바뀌었는데도 장사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황 대표에게 지역 상황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의식한 황 대표는 악수 대신 주먹 인사(주먹끼리 맞닿는 인사법)를 권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후 성균관대 앞 거리를 걸으며 대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떡볶이집에 방문해 지역 분위기를 묻기도 했다. 그는 “청년이 많이 어려운데 행복한 청년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어른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인사를 나눈 한 성균관대 학생은 “취업이 어려운 저희같은 청년에게 민주당 정책은 잘 와 닿는지 않는다”며 “정치는 잘 모르지만 황 대표에게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정독도서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총리 시절만해도 종로에 공실이 거의 없었다. 몇 년 사이에 공실이 엄청 늘었다니 원인은 정부의 경제실정 때문이다”라며 “종로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박재현 김용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