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한 외국인 중 소재가 불문명한 사람들을 조속히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국해 2주 가까이 방치된 23번 확진자처럼 이들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자칫 ‘슈퍼 전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9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3~26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해 신종 코로나 관리 전수조사 대상이 된 외국인 1831명 중 25명이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시행된 특별입국절차 전에 국내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신종 코로나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상태에서 이들이 무방비로 도심과 대형마트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활보할 경우 대규모 접촉자 발생 등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3번 확진자(58세 중국인 여성)는 지난달 23일 우한에서 입국했다. 입국 당시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발견되지 않아 정부 감시망에서 빠졌다. 이후 후베이성 입국자에게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14일 간 자가격리 하도록 한 지난달 31일 서울시가 이 환자의 행방을 추적했다. 하지만 입국 때 적은 주소지인 호텔로 소재파악에 나섰을 땐 이미 예약한 기간이 끝나 퇴실한 상태였다. 서울시는 결국 경찰 협조를 받아 지난 4일에서야 소재지를 파악해 23번째 환자를 찾아냈다. 이 환자는 입국 후 소재 파악이 될 때까지 약 2주간 서울 중구와 서대문구 등 시내를 아무런 제재 없이 돌아다녔다.
이 때문에 23번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중구 명동의 롯데백화점 본점과 이마트 마포점은 휴업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자체적인 휴점이 아닌 전염병 방역을 위해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정례브리핑에서 23번 확진자의 세부 이동경로를 추가 공개했다. 이 환자는 지난 2일 정오쯤 서울 중구에 있는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퇴실한 후 차량을 이용해 오후 12시15분쯤 롯데백화점 본점에 방문했다. 이 백화점 4층의 플리츠플리즈 매장을 오후 12시25분부터 12시42분까지 방문한 뒤, 12시48분께 1층에 있는 텍스리펀드 데스크로 이동해 4분여간 머물렀다.
이후 백화점 지하 1층 음식점 창화루로 이동해 오후 12시55분부터 오후 1시12분까지 있었다. 창화루를 떠난 뒤에는 다시 1층 텍스리펀드로 이동해 오후 1시15분부터 3분여간 머무른 뒤 롯데백화점을 떠났다.
그는 이후 롯데백화점 본점을 나와 지인 차량을 이용해 서울 서대문구 숙소로 이동한 뒤 오후 2시20분쯤 이마트 마포공덕점을 방문해 오후 4시9분까지 있었다.
현재 연락두절 상태인 25명도 이런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바이러스 잠복기가 14일이라는 점에서 시급히 이들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한에서 온 입국자들이 마지막으로 국내에 들어온 건 지난달 26일이다. 따라서 9일이 잠복기 종료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잠복기가 끝나 고열과 인후통이 있는 상황에서 외부 노출을 하게 될 경우 자칫 대규모 전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소재 파악이 안 되는 경우는 경찰청이 협조해 지속적으로 소재지를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