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기침만 있었는데 감염시켰나…‘25번 환자’ 경증감염 우려

입력 2020-02-09 16:56 수정 2020-02-09 16:59

73세 한국인 여성이 국내 25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로 9일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중국 광둥성을 다녀온 며느리에게서 감염된 걸로 보고 있다. 며느리는 지난 4일부터 잔기침 등 증상을 보였지만 경미해서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A씨 확진 이후 격리돼 검사를 받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25번째 환자가 지난 6일부터 발열, 기침, 인후통 등 증상을 보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오늘 양성이 확인돼 분당 서울대병원에 격리돼 치료 중이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거주하는 25번 환자는 8일 시흥시 내 병원의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 검사를 받았다. 25번 환자는 73세로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 중 최고령이다.

보건당국은 중국 방문이력이 없는 25번 환자가 아들 며느리 부부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 부부는 지난해 11월 17일부터 개인사업차 중국 광둥성 등에 머물다 지난달 31일에 귀국했다. 광둥성은 중국 내에서 후베이성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지난 8일 기준 확진자가 1075명이다.

정 본부장은 “며느리가 지난 4일부터 잔기침 증상이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를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미한 증세라 신종 코로나 감염을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아들 부부는 25번 환자 확진 이후 접촉자이자 감염원으로 추정돼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격리됐다. 정부는 아들 부부의 중국 내 동선, 며느리가 증상이 있었지만 신고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 중이다.


보건당국은 25번 환자 사례처럼 확진자가 경증 상태에서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는 메르스나 사스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경증일 때부터 전염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감기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벼운 증상인데도 양성으로 확인되는 환자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중국을 다녀온 분들은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집에서 머무르면서 본인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중국의 춘제 연휴가 끝나 중국 내 인구 이동이 예정돼 있어 발병 사례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후베이성 이외 지역’ ‘경증 감염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춰 현재의 방역망을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형 순천향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후베이성 외의 중국 지역에서 온 사람으로부터 감염된 환자가 나온 만큼 한시적이라도 다른 지역에서 오는 여행자 수를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증상을 잘 못 느끼는 사이에도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접촉자’ 분류기준 등 사례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처럼 최소 증상 발현 이틀 전부터 확진자가 만난 사람들은 자가 격리 등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는 확진자가 증상을 느끼기 하루 전부터 접촉한 사람들만 접촉자로 분류하고 격리 조치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앞당겨야한다는 취지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