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 유즈루, 한국서 낀 피겨 인생 마지막 퍼즐

입력 2020-02-09 16:46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운데)가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확정한 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오른팔을 들어올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피겨 영웅’ 하뉴 유즈루(26)가 생애 첫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최강자인 하뉴에게 한 번도 정상을 허락하지 않은 무대다. 서울에서 그 ‘마지막 퍼즐’을 끼우고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 선수권대회·4대륙 선수권대회·그랑프리 파이널)을 달성했다.

하뉴는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9-2020 ISU 4대륙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87.60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111.82점)과 합산한 최종 점수에서 299.42점으로 우승했다. 2위 제이슨 브라운(274.82점 미국)을 25점 가까이 따돌릴 만큼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하뉴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2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고, 세계선수권대회 2차례·그랑프리 파이널 4차례를 정복했다. 한때 1위였던 세계 랭킹은 현재 네이선 챈(21·미국)에게 밀린 2위지만, 기량은 여전히 정상급으로 평가된다.

화동들이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하뉴 유즈루(일본)의 팬들이 꽃을 대신해 던진 곰 인형을 치우고 있다. 하뉴는 평소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런 하뉴가 유독 4대륙 선수권대회만 출전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은메달만 3차례 목에 걸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미 지난 7일 쇼트프로그램에서 2년 전 자신의 세계기록(110.53점)을 경신하고 우승을 향해 달려갔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코드러플 토룹을 마무리하던 중 엉덩방아를 찧고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착지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에 따른 감점이 하뉴의 ‘금빛 연기’를 가로막지 못했다. 관중석 한쪽에서 일제히 일장기를 펼치고 응원하던 일본 관중은 하뉴의 연기가 끝나자 만화 캐릭터 곰 인형을 은반 위로 던지며 찬사를 보냈다. 인형은 화동들이 치우는데 5분 가까이 소요될 만큼 쌓였다.

한국의 차준환(왼쪽)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연기를 마친 뒤 키스앤크라이존에 앉아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아 키드’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피겨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영(16·과천중)은 전날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하뉴의 바로 직전 순서로 연기한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19·고려대)은 개인 최고점인 265.43점을 기록하고 입상권 문턱인 5위에 올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