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41%가 병원 내 감염”… 대량 전염 부추긴 원인은?

입력 2020-02-09 16:18 수정 2020-02-09 16:21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지난 5일 컨벤션 센터를 개조한 우한의 임시 병원에 수용돼 있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는 사람 간 전파 속도가 빠르고, 의료진 등 병원 내 감염이 많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신종 코로나 환자에게서 발병 초기 기침·고열 등 일반적 증상을 보이지 않아, 다른 병동 치료를 받으면서 대응이 늦은 탓이었다. 하지만 초반에 모습을 감추던 신종 코로나는 빠르게 중증으로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의 중난병원 의료진은 7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 ‘138개 사례의 신종 코로나 입원 환자의 임상 특징’에서 환자 41%는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 138명을 분석했다. 환자 연령은 22~92세였고, 중위값(가운뎃값)은 56세였다. 남성이 75명, 여성이 63명이었다.

‘병원 내 사람 간 전염’이 많고, ‘빠르게’ 일어났다는 게 이번 분석에서 나타난 신종 코로나의 특징이다. 138명 가운데 57명(41%)이 병원에서 감염됐는데, 특히 의료진이 40명이나 됐고 다른 질병으로 이미 입원했던 사람이 17명이었다.

병원 내 감염이 급속도로 진행된 이유는 신종 코로나 환자인 줄 몰랐던 이들이 다른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이들에 대한 대처가 너무 늦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중 약 10%는 발병 초기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기침·발열 등 일반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설사와 메스꺼움을 먼저 앓았고, 일부는 두통·현기증·복통 증상을 보였다.

특히 의료진 10명을 감염시킨 ‘슈퍼전파자’ 환자도 당초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 사실을 의심받지 않았다. 그는 복부 증상으로 외과 병동에 입원했다. 이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던 4명의 환자도 해당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에게 감염된 의료진 40명 중 31명이 일반병동에서 일했고, 7명은 응급 병동, 2명은 집중치료실(ICU) 소속이었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데는 짧은 시간이 걸렸다. 논문은 환자가 초기 증상을 보인 뒤 호흡곤란이 오기까지 평균 5일이 걸렸다고 전했다. 입원하기까지는 7일, 병원에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겪기까지는 8일이 걸렸다. 다만 고령이거나 당뇨·암·심장병 등을 앓고 있던 환자들이 어리고 건강한 환자들보다 증세가 심한 경향이 있었다.

발병 초기 ‘은둔’하던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은 또 다른 우려는 낳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던 환자들은 갑자기 중증을 앓았다. 환자가 초기 증상을 보인 뒤 호흡곤란이 오기까지 평균 5일, 입원하기까지는 7일,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겪기까지는 8일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을 더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피 소장은 “의사들이 (신종 코로나) 환자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이밖에 신종 코로나는 고령이거나 당뇨·암·심장병 등을 앓고 있던 환자들이 어리고 건강한 환자들보다 증세가 심한 경향이 있었다. 138명의 환자 중 약 26%가 집중 치료가 필요했다.

2월 3일 현재 138명의 환자 중 사망률은 4.3%로 중국 전체 확진자 사망률 2.1%보다 높았다. 이에 논문은 아직까지 원인은 알 수 없으며 더 많은 사례가 모이면 수치가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