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의 승부수를 던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밑바닥부터 종로 민심 다지기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종로 젊음의 거리를 시작으로 그가 다녔던 성균관대와 옛 경기고가 있던 정독도서관을 방문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황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의 목도리를 하고 9일 오후 1시 젊음의 거리에 도착했다. 그는 젊음의 거리 일대 공실 상가 방문을 시작으로 종로 표밭갈이의 첫 발걸음을 뗐다. 공실 상가를 첫 방문지로 택한 것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삼청동·혜화동·종로3가 등 종로의 상권을 과거와 같은 ‘상권의 메카’로 돌려놓겠다는 취지다.
황 대표는 종로 방문을 시작하며 지지자가 꽃다발을 건넸지만 “꽃다발은 정중히 사양하겠다”며 받지 않았다.
텅 빈 젊음의 거리 곳곳을 둘러보던 황 대표는 “젊음의 거리인데 젊은 사람이 없다”며 ‘임대’ 표지가 붙은 많은 공실을 둘러보곤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청년들에게 “어려울 때 방문해줘 고맙다. 여러분이 애국자”라며 말을 건네고 종로 상인들의 고충을 들었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눌 땐 악수가 아닌 주먹을 쥐고 부딪치는 방법을 택했다.
황 대표는 젊음의 거리 방문을 마친 뒤 “제가 아는 종로는 경제·정치의 중심지였다. 정말 활기차고 많은 분이 오가는 곳이었는데 지금 보니 옛날 활력은 다 없어지고 보는 것처럼 문을 다 닫은 그런 상황”이라며 “그러나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종로의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 우리가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를 되살려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해 어렵고 귀한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 하나하나를 모아 모멘텀을 삼고 문 정권과 싸워 이기는 자유우파가 되도록 통합해야한다. 똘똘 뭉쳐 문 정권 심판에 기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음의 거리에 이어 모교인 성균관대를 방문한 황 대표는 성대 앞길을 걸으며 시민들을 만났다. 또 학생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성균관대 인근 분식집을 찾아 떡볶이와 어묵을 먹기도 했다. 황 대표는 “성대 앞길은 주말에도 사람이 많고 번화한 곳이었고 아주 활발했다. 떡볶이도 먹고 활력 있는 곳이었다”며 “오늘 보니 문 닫은 점포가 너무 많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고등학교, 대학교이기 때문에 (종로에) 감사함이 적지 않다. 살기 좋은 종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에 이어 옛 경기고가 있던 정독도서관을 방문한 황 대표는 정독도서관 부지를 돌며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황 대표는 “고3을 마칠 때까지 여기에 있었고 졸업식은 저기서 했다. 시험 치던 기억이 난다. 옛날 생각이 나고 옛날 친구들은 자주 못 보는데 (여기 오니)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종로 방문 일정을 마친 황 대표는 이날 본 종로 상권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실이 늘어난 것을 “정부의 경제 실정 때문”이라고 진단한 황 대표는 “종로에서 구민들의 마음을 얻어 종로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선거를 통해 문 정부를 심판하려면 제가 밤잠을 자지 않고 돕는 것밖에 없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모교를 찾는 등 종로와의 인연을 강조한 황 대표는 종로 구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종로 대전’ 맞상대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에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역전극’을 펼칠 수 있는 선거전략을 구상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현재 서울 서초구에 살고 있는 황 대표는 종로구로 이사하는 한편 선거사무소 및 캠프 구성으로 총선 채비를 갖출 계획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