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불똥’ LNG에 튀었다

입력 2020-02-09 15:56 수정 2020-02-09 20:11
국제 천연가스 가격 사상최저치 폭락
정유업계 “싼값에 LNG 구입 의도” 발끈


중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이유로 계약 불이행을 잇따라 선언하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했다. 국제 정유업계는 허무맹랑한 조치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LNG 수입업체인 중국해양석유(CNOOC)는 최근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의 LNG화물선 10척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에 따라 수입계약을 이행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 또 다른 수입업체 페트로차이나는 카타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온 4척의 LNG화물선에 수입불가를 통보했다. 이들 14척을 포함해 약 50척의 LNG화물선이 싣고 온 LNG 수입이 취소될 처지에 놓였다. 2월 인도분의 70%나 되는 물량이다.

중국 수입업체들은 불가항력의 근거로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수요 급감을 들고 있다. 중국은 천연가스 수입량에서 전 세계 두 번째 국가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아시아지역 LNG 가격은 사상 최저치인 2.95달러(100만 BTU당 가격)로 추락했다.

정유업체들은 장기계약 조건을 무시한 채 싸게 LNG를 거래하려는 속셈이라고 중국을 의심하고 있다. 장기계약을 맺고 공급되는 LNG 가격은 공급과잉 상태일 때 현물가보다 계약가가 두 배를 넘는다. 프랑스의 메이저 정유업체 토탈은 최근 중국의 한 업체가 보낸 불가항력 증명서에 처음으로 퇴짜를 놨다. 토탈은 중국 최대 수입업체 CNOOC와 가장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 다만 퇴짜를 놓은 곳이 어느 업체인지 함구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무역거래에서 불가항력이 성립하려면 관련 원인이 오랜 기간 지속해야 하고, 수입업자가 항구폐쇄 등 물리적으로 화물 인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며 중국의 조치가 이런 조건들을 충족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달 말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해외업체와 거래하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로 피해를 봤을 때 불가항력 증명서를 발급해주겠다고 발표한 데에서 출발한다. 계약 불이행이 다른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