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추가 조류조사에 착수했다. ‘조류 충돌’이 제2공항 사업에 가장 위험한 문제 요소로 다뤄져 온 만큼, 올봄 조류조사 결과가 사업 추진 또는 무산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9일 제주 제2공항 대상 지역과 인접 지역 등에 대한 추가 조류조사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이후 두 차례 예비조사를 거쳐 이달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대상 지역은 서귀포시 구좌읍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성산~남원 해안 등 대규모 조류 출현 예상지역과 예정지 인근 한못, 찍구물, 성읍저수지, 온평~신천 해안 구간이다. 국토부 주관하에 제주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조류팀 등 전문가가 오는 5월까지 총 20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가 지난해 두 차례 ‘보완’ 요구를 한 데 따라 이뤄진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추진되는 법적 절차다. 환경부는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이 주변 철새도래지로 인한 ‘조류 충돌’ 위험성이 커 제2공항 입지로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시 국토부가 재보완해 제출한 평가서에 대해서는 ‘겨울부터 봄철까지 조류의 이동 특성을 고려한 충돌 위험성’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며 반려했다. 시민단체들도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반영된 철새도래지(하도리~오조리)보다 더 가까운 곳(신산리~신천리)에 바다 갈매기와 가마우지 등이 매년 11~ 4월 터를 잡고 지내고 있다며 평가서 누락 부분에 대한 현장조사를 요구해왔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가 마무리되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결과를 반영해 환경부에 재협의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국토부의 평가서 본안 2차 보완에 대해서도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 국토부는 다른 입지를 찾거나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시민사회단체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 조류전문가와 진행한 ‘성산지역 조류조사 보고서’에는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신천리 구간에 46종 1만8890마리의 새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간은 제2공항 활주로와 가깝고 비행기 이착륙 방향과 일치하지만,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해당 단체는 2차 전수조사 후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해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밝혀내겠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국토부의 추가 조사 결과와의 차이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국토부는 2025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여의도의 2배에 달하는 545만㎡ 규모의 제2공항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