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이제 그만 놓아 달라. 지난 25년간 할 만큼 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홍 전 대표는 9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에는 내 정치 일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출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는 승부의 순간, 단 한 번도 머뭇거리거나 비겁하게 회피하지 않았다”며 “절망적이었던 탄핵 대선에도 당의 요구에 따라 경남지사를 중도 사퇴하고 출마해서 당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5년간 흔들림 없이 당을 지켜온 사람은 효수하겠다고 모욕하고 정치 입문 1년밖에 되지 않고 당에 아무런 공헌한 바도 없는 사람은 꽃가마 태워 모시면서 나는 들러리나 서라고 요구한다”며 “탄핵 때 탄핵 찬성하고 당을 뛰쳐나간 사람을 당근을 주면서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 화제가 되는 정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정치적 정의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나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나는 손바닥 위 공깃돌도 아니고 들러리도 아니다. 나는 홍준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보수통합 논의에 대해 “요즘 당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조강지처 버리고 새엄마 데리고 와서 집을 지킨 전처 자식들은 홀대하고 집에 불 지르고 도망 나갔던 자식들 도로 불러들이는 데만 몰두 하는 꼴”이라며 “종손이 우선이고 어려울 때 집을 지킨 자식들이 우선이다. 통합하더라도 그 정도의 의리는 지켜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오는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고향인 영남권(밀양·창녕·의령·함안)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홍 전 대표에게 서울 강북 등 험지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전날 “대표직 사퇴 이후 처음으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다”며 “이제 너무 늦었다고 말씀드렸다. 예비후보 등록까지 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는 없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