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중요한 보험 약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계약자가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3월 아들이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로 사망하자 보험 계약을 맺고 있던 메리츠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아들이 보험 계약 시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는 계약자의 고지 의무를 어긴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A씨 아들은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계약 당시에 오토바이 운전 여부 등을 확인하는 질문표에 ‘아니오’로 답했다. 그러나 A씨는 ’오토바이 운전으로 인한 사고 시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전혀 설명 듣지 못했다’며 사망 보험금 5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A씨의 아들이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보험사의 ‘설명 의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상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할 때에는, 통상 일반인들이 보험계약의 내용 및 그 효력에 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내용과 법률적인 효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실은 보험계약의 인수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써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보험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점 등을 A씨가 충분히 납득·이해하고 보험계약에 가입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에게 오토바이 운전 사고는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명확히 증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하급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