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티지지에 “이 녀석은 오바마 아냐” 막말 공세

입력 2020-02-09 11:26 수정 2020-02-09 11:38
대세론에서 4위 추락한 바이든, 아들뻘 부티지지 맹공
바이든, 부티지지가 ‘제2의 오바마’로 불리는 것 차단 주력
‘아이오와 코커스’서 아쉽게 2등 했던 샌더스도 부티지지 공격
부티지지 “워싱턴 경험에 타락하지 않는 것이 내 장점” 반격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일 열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8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11일(현지시간)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민주당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깜짝 선두’를 한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전 시장을 향해 “이 녀석(This guy)은 버락 오바마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부티지지 전 시장이 ‘제2의 오바마’로 평가받으며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차단하려고 애쓴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주의 맨체스터에서 실시한 유세에서 “민주당이 나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면 당이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가 사우스벤드 시장 말고는 더 높은 직책을 맡아 본 적이 없는 누군가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면 당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전 시장이 8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의 레바논에서 진행한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는 인구 10만의 중소도시인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낸 것이 정치 경력의 전부인 부티지지 전 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바이든은 7선 상원의원 출신에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8년 동안 지냈던 자신과 부티지지의 경력을 비교하고 나선 것이다.

38세의 부티지지는 젊은 데다 2008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 자원봉사했던 경험을 내세워 ‘백인 오바마’로 불리며 바람을 확산시킬 기세다. 오바마 전 대통령 밑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을 했던 바이든으로서는 부티지지가 오바마의 유산을 가져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처지다.

78세의 바이든이 아들 뻘인 부티지지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바이든의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다. 민주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즐겼던 바이든은 민주당의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에 그치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점잖은 선거운동을 펼쳤던 바이든은 부티지지의 ‘젊은 바람’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막말에 가까운 공세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선거 캠프도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 바이든의 성과와 부티지지의 시장 시절 성과를 비교한 뒤 “우리는 대통령을 뽑고 있다.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바이든 캠프는 이 영상에서 바이든이 이란과 핵 협상을 도울 때 부티지지는 애완동물 관련 협상을 하고, 바이든이 자동차 산업 구제에 나설 때 부티지지는 사우스벤드시의 장식용 벽돌을 배치했다고 주장하면서 부티지지를 깎아내렸다.

이에 대해 부티지지는 “워싱턴 경험에 의해 타락하지 않았다는 내 이력이 중요한 포인트”이라고 반박했다. 바이든과 달리 워싱턴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에 때묻지 않았다는 주장인 셈이다.

부티지지 선거 캠프도 “바이든의 주장이 전국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찮은 일로 본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바이든 캠프의 영상이 현재 처한 상황을 더 잘 대변해준다”고 꼬집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아쉽게 2위를 차지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부티지지 때리기’에 주력했다. 샌더스 의원은 “10명이 넘는 억만장자가 부티지지 캠프를 후원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미국의 정치 변화에 진지하다면, 그 변화는 제약회사 최고경영자로부터 많은 돈을 받는 누군가로부터 오지 않는다”고 에둘러 비난했다. 자신은 대기업의 선거 후원금을 받지 않지만, 부티지지는 기업 기부금을 받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부티지지는 샌더스를 겨냥해 “혁명이냐, 현상 유지냐의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처럼 보는 접근법이 있다”면서 “그렇게 분열된 나라에서는 많은 국민을 갈 곳이 없는 상태로 만든다는 게 나의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샌더스의 공약이 급진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