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도 소환
백악관서 근무하던 빈드먼의 쌍둥이 형제도 쫓겨나
빈드먼과 선들랜드, 하원 탄핵청문회서 트럼프 궁지로 몰아
트럼프 “빈드먼은 매우 반항적” 트위터 글 올려
보복 인사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 하원의 탄핵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을 백악관에서 쫓아냈다. 또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도 미국으로 소환했다.
빈드먼 중령의 쌍둥이 형제이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함께 일했던 예브게니 중령도 백악관에서 축출됐다.
지난 5일 미국 상원에서 탄핵소추안이 최종 기각된 이후 이틀 만에 보복 인사 조치를 취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수의 칼날을 꺼냈던 7일이 금요일이이서 “금요일 밤의 대학살(massacre)”이라고 표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빈드먼은 매우 반항적이었고, 그의 상관으로부터 끔찍한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위를 옹호했다.
WP는 “이번 조치가 앙심을 품은 것이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정부 당국자들을 위협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빈드먼 중령의 변호사는 7일 “모든 미국인의 마음에 이 남자의 업무가 왜 끝났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빈드먼 중령의 축출 소식을 전했다. 이어 “빈드먼 중령은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떠나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다. 백악관 NSC에서 근무했던 빈드먼 중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발단이 된 지난해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화통화를 직접 들었던 당국자들 중 한 명이다.
빈드먼 중령은 지난해 10월 29일 육군 제복에 훈장을 단 차림으로 하원 탄핵조사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암시에 걱정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빈드먼 중령은 “NSC 법률고문에게 두 차례나 자신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빈드먼 중령은 국방부로 재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NSC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던 쌍둥이 형제 예브게니는 이번 주 초 육군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어디로 배치될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빈드먼 중령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가할 것이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빈드먼 중령도 이미 NSC 고위 당국자들에게 백악관에서 떠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빈드먼은 보복에 대해 어떤 두려움도 가져선 안 된다”면서 보복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앞에 허언이 됐다.
선들랜드 대사는 저항 없이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대통령이 EU 주재 미국 대사에서 나를 즉시 소환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다”면서 “나는 근무 기회를 준 트럼프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지원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호텔 사업가인 선들랜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던 후원자 출신이라고 NYT는 전했다. 선들랜드 대사도 지난해 11월 20일 하원 탄핵청문회에서 “(바이든 부자 수사 요구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사이에 ‘쿼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 내 답변은 ‘예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 탄핵청문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인사들에 대해 추가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도 우세하다. 이미 일부 인사들은 탄핵 기각 전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백악관을 떠났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거취도 관심사다. 멀베이니 대행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보류가 민주당에 대한 수사 압박 차원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나는 믹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드먼 중령을 백악관에서 내쫓기 전 “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빈드먼 축출이 논란을 빚자 8일엔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려 자신의 행동을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인 CNN과 MSDNC(MSNBC방송을 비하하는 표현·MSNBC와 민주당 전국위원회인 DNC의 합성어)는 내가 빈드먼 중령이 훌륭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처럼 계속 얘기하고 있다”면서 “나는 실제로 빈드먼을 알지 못하고, 얘기를 한번 해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매우 반항적이고, 나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완벽한’ 통화를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빈드먼은 그의 상관으로부터 끔찍한 평가를 받았다”면서 “그의 상관은 빈드먼이 지휘체계에 집착하면서 정보를 누설하는 등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말로 하면, ‘아웃'(Out)’”이라고 끝을 맺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