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34)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인들이 늘자, 당국이 온라인 통제에 나섰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한 병원 의사였던 리원량은 신종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다 지난 7일 끝내 사망했다. 회복 후 다시 환자를 돌보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떠났다.
신종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리원량은 중국인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신종코로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자신이 진찰한 환자들이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증상으로 보이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후 지난해 12월30일 동료 의사 7명과 함께 위험 상황을 알리고 전파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리원량을 ‘허위정보 전파자’로 몰며 압박했다. 끝내 리원량과 동료들은 ‘헛된 이야기로 민심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유로 공안국에 소환돼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쓰기도 했다.
이런 리원량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슬픔과 분노를 드러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온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를 붙인 글은 3시간 만에 7억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리원량의 마지막 SNS 글에는 46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리원량의 사망 소식이 담긴 비슷한 글들 역시 수억의 조회수를 돌파했고, ‘나는 언론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도 3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별이 졌다” “편히 가세요” “그곳에는 거짓이 없기를” 등의 애도 글도 잇따랐다.
쏟아진 리원량 추모 글은 곧 중국 당국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리원량을 ‘순교자’ ‘자유를 갈구한 의사’ 등으로 표현한 글들 역시 모두 삭제되고 있다. 언론 자유를 원한다며 당국의 변화를 촉구한 글도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친치엔홍 우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의 신뢰에 위기가 찾아왔다”며 “리원량의 죽음에 중국인들 사이에서 동정과 비통, 억압에 대한 분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