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다시 출전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잖아요”

입력 2020-02-08 16:18

“무조건 잘하고 싶었고, 무조건 이기고 싶었기에 열심히 준비했어요. 언제 다시 출전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는 거잖아요.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임했어요. 이겨서 너무 기뻐요.”

드래곤X(DRX) 신인 미드라이너 ‘쿼드’ 송수형은 지난 7일 꿈에 그리던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데뷔전을 치렀다. ‘도란’ 최현준의 1경기 출전 정지 징계 처분으로 인해 얻은 출전 기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팀은 KT 롤스터 상대로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그래도 긴장은 안 할 것 같았는데, 경기 종료 때마다 허리가 뻐근한 걸 보니 긴장했나 봐요.”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송수형은 데뷔전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었다고 털어놨다. “연습 과정에서 제가 많이 못 했어요. 김대호 감독님의 피드백도 많이 받았어요. ‘무난한 골드 미드가 와도 이렇게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반반 구도를 유지했거든요.”

KT전을 앞두고 DRX의 스크림 성적은 처참했다고 한다. 대개 송수형의 부진이 패인이었다.

안 좋은 흐름은 KT전까지 이어졌다. 1세트를 완패했다. 다음 경기 시작을 앞두고 누군가가 “자신 있는 챔피언을 고르자”는 의견을 냈다. 송수형은 밴픽 구도를 가늠한 뒤 아마추어 시절부터 즐겨 썼던 카시오페아를 골랐다. 한동안 연습한 적 없는 챔피언이었지만, 조작이 익숙한 덕분에 앞선 경기보다 나은 활약을 펼쳤다. 카시오페아로만 2승을 거뒀다.

DRX 아카데미 출신인 송수형은 아마추어 시절 ‘카시오페아 장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개인방송인이었던 그가 프로게이머의 꿈을 꾸게 된 건 ‘비디디’ 곽보성(젠지)때문이었다. 솔로 랭크에서 곽보성에게 벽을 느꼈다. 이후 ‘게임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에게 DRX 아카데미 입단을 추천받아 이 길을 걷게 됐다. 재작년 7월의 일이다.

“지난 연말 ‘2019 LoL KeSPA컵’에선 KeG 울산 소속으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렸잖아요. 그래서 DRX 팬분들이 첫 경기를 앞두고 많이 긴장하셨을 것 같아요. 오늘 승리 소식을 전해드려 저도 기뻐요.”

올 시즌 송수형의 목표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제 최현준의 징계 기간이 끝났다. 출전 기회가 줄어들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는 낙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력을 더 늘려 주전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주전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경기를 소화한다는 기약이 없어요. 앞으로 더 성장해서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싶어요.”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