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집중돼 비공개로 했다고 하더라”
“조금 잘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MBC 스페셜 특집-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의 연출을 맡은 김종우 PD가 방송을 통해 나연이 엄마의 블로그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PD는 지난 7일 MBC 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방송 후 나연이 엄마의 상황을 전했다. 나연이 엄마와 이날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 김 PD는 “처음엔 부끄럽기도 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좀 많은 관심이 집중돼 블로그를 비공개로 했다고 하더라”며 “몇만 명이 갑자기 들어와서 그렇긴 한데 괜찮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금 잘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고 한 김 PD는 “혹시라도 약간의 부족한 프로그램 이런 악플이 있다면 나에게 달아달라”고 했다.
방송 다음 날 나연이 엄마 장지성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엔 27만이 넘게 방문했다. 이는 전체 방문자 수의 4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많은 이들은 장씨를 응원했지만, 일부는 악플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블로그엔 나연이의 투병기는 물론 나연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게시물들을 올렸었다. 최근엔 ‘너를 만났다’를 예고하며 시청을 독려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방송 직후엔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지만 꿈에서 만날 수 없고 내 꿈에서 나연이는 웃지 않는다. 나의 죄책감 때문인지 늘 원망의 눈빛이다. 웃으면서 나를 불러 주는 나연이를 만나 잠시였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늘 꾸고 싶었던 꿈을 꾼 것 같다”고 한 장씨는 “나의 사랑스러운 세 아이의 웃음이 우리 나연이의 빈자리를 많이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이제 슬프지만은 않다. 나연이를 그리워하고 아파하기보다는 더 많이 사랑하면서 내 옆의 세 아이와 많이 웃으며 살고 싶다. 그래야 나연이를 만날 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연이 부모님이 딸을 만난 이후 어떤 얘기를 했냐는 질문에 김 PD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마음을 다 표현했는지 약간 걱정하더라”며 “아버님은 유명 촬영감독이신데 좀 무뚝뚝하신데 그날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일 3년 전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난 셋째 딸을 가상현실에서 만난 장씨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나연이는 당시 7살이었다. 장씨는 이날 방송에서 나연이를 다시 만나면 사발 째 들이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주던 미역국을 끓여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은 어린 딸들이 나연이와 비슷한 나이여서 나연이를 쉽게 기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난 기억이 희미해지면 나연이가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까지 잊힐까 봐 두렵다고 고백했다. MBC를 찾은 장씨는 VR장비를 착용한 뒤 나연이를 만났다.
나연이를 만난 장씨는 “너무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모녀는 함께 생일파티를 했다. 나연이의 생일 소원은 “엄마가 울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엄마는 “나연이를 그리워하는 대신 더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씨는 나연이에게 “어디에 있는 나연이를 찾으러 갈 게. 엄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갈게. 그때 우리 둘이 잘 지내자. 사랑해 나연아”라며 못다 한 작별 인사를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