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 내 발병 사실을 알렸지만,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중국인 의사 리원량(34). 그는 자신이 세상이 알린 그 질병으로 세상을 등졌고, 중국 사회는 그를 영웅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그의 SNS의 일상은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였다. 특히 그의 아내가 현재 임신 중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새벽 리원량이 사망한 뒤 중국 매체와 SNS에는 그가 생전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남겼던 일상이 퍼지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말 임산부용 종합 비타민을 찍어 올리면서 “너무 비싸다”고 불평했다. 리원량의 아내는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리원량은 새롭게 맞이할 아이에 대한 소박한 바람도 드러내기도 했다. 그해 11월 초에는 만리장성 사진과 함께 “정말 아름답다. 언젠가 주니어를 데려 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리원량은 가족 사진을 웨이보에 거의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11월 첫째 아들과 아내가 손을 맞잡고 있는 옆모습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점의 치킨 맛에 감탄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던 평범한 아빠 리원량은 가족을 떠났다.
리원량의 마지막 웨이보 글은 “오늘 핵산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확진이다”는 내용이었다.
몇몇 현지 매체는 리원량이 사망한 뒤 그의 아내가 첫째 아이와 함께 우한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리원량 아내가 직원으로 근무하던 아이얼안과병원그룹은 리원량의 두 자녀에 대한 학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얼안과병원은 위챗을 통해 "두 자녀의 생활 보조금과 학비를 대학 졸업 때까지 전액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원량은 신종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됐고 지난달 10일쯤부터 기침과 발열 등 증세를 보인 뒤 입원했다. 그는 회복하면 최전선에서 다시 환자를 돌보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를 경고한 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처벌을 한 당국에 대한 시민 비판이 들끓자 국가감찰위원회는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의사 리원량과 관련된 문제를 전면적으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많은 의료인이 전염병 발생 이후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모두를 위해 용감히 최전선에서 희생했다"면서 "우리는 그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리원량 선생과 세상을 떠난 다른 환자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우한시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트위터에 리원량의 사망을 애도하고, 그가 신종코로나를 맞아서 했던 일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증세가 있는 환자 보고서를 입수해 이를 대학 동창들의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고, 다음날 새벽 우한 위생건강위원회에 불려가 발병 소식의 출처를 추궁당했고, 그는 이 일로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렸다는 내용의 훈계서를 내야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