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문재인정부 총리와 박근혜정부 총리가 맞붙는다

입력 2020-02-07 17:51 수정 2020-02-07 18:30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붙기로 했다. 대선을 불과 2년 앞두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대표주자 간에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 선거가 수도권은 물론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이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황 대표는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은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서울 종로 지역구에 출마해 문재인 정권심판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한 달 넘는 시간 끌기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황 대표는 “제가 이번 종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상대방은 (이 전 총리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다. 문재인 정권과 저 황교안과의 싸움”이라며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출마 지역 선정이 늦어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저의 총선 거취를 먼저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은 제가 무엇을 마다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 종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 대표의 출마로 종로는 총선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권에서 총리와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낸 황 대표와 이 전 총리는 각각 양대 정권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대선을 2년 앞에 두고 대선 주자들이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 1위 대선주자가 선거관리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구도가 됐고,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대선주자로서도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 모두 사실상 차기 대선까지 걸고 싸우는 총력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초반 판세는 일단 황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SBS가 지난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종로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53.2%의 지지율을 기록해 26%에 그친 황 대표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황 대표가 출마 지역구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표밭 다지기도 이 전 총리에게 선수를 뺏겼다. 같은 보수 진영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늦었지만 황 대표가 결단을 내린 만큼 보수층 결집 효과를 거두며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나선 종로를 중심축으로 수도권 지역구에 ‘거물급 인사’들을 전진 배치시키는 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서울 지역엔 이미 오세훈 전 서울시장(광진을)과 나경원 의원(동작을)이 버티고 있고,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역구를 정하지 않은 간판급 인사들의 배치도 추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반발에 직면한 인적 쇄신 동력도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보수 대통합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황 대표는 이번 주말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황 대표가 결단을 내린 만큼, 황 대표가 종로에서 승리하는데 당은 물론 보수 진영 전체가 힘을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