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의 존재를 처음 발견해 경고했다가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의사 리원량(李文亮·34)이 신종코로나에 걸려 끝내 숨졌다.
리 박사는 숨을 거두기 전까지 빨리 건강을 회복해 다시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리 박사는 격리 병동에 입원 중이던 지난달 30일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과 원격 인터뷰를 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폐 기능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호흡이 어려워 계속 산소가 필요하고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나서 다시 (의료) 일선으로 가려고 한다. 현재 질병이 확산 추세에 있다. 탈영병이 되고 싶지 않다”고 복귀 각오를 다졌다.
리 박사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은 ‘내부 고발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호루라기를 분 사람’(내부 고발자)이 아니다”라며 “단지 정보를 알았고, 동창들에게 주의를 환기한 것뿐이다. 그때는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창들에게 자기 보호에 주의해달라고 알리려건 것이다. 당시 감염 환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사스와 매우 비슷했기 때문에 질병이 확산해 유행하기 시작하면 폭발적으로 퍼질 것을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헛소문을 퍼트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본) 보고서에는 명명백백하게 ‘SARS’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동창들에 주의하라고 촉구하려던 것이었지 공황을 초래하고자 한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억울한 누명을 벗는 것은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며 “건강한 사회에서는 한목소리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중국 당국에 일침을 가했다.
앞서 리 박사는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중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리 박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진찰한 환자 7명에게서 2003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A·사스)과 유사한 증세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동료 의사들과의 채팅방에서 이 사실을 알리고 환자 검진 시 보호장구 착용을 권고했다. 그가 올린 글이 캡처돼 여러 커뮤니티로 퍼졌다. 중국 당국은 리 박사와 동료 의사 7명을 괴담 유포자로 몰았다. 공안은 이들을 소환해 ‘거짓 정보를 만들어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혔다’는 훈계서에 서명을 하게 했다.
한 달 후 신종코로나가 급속도로 전파하자 중국 당국은 뒤늦게 리 박사에게 사과했다. 리 박사의 사연이 SNS에 공개되면서 그는 괴담 유포자에서 ‘우한의 영웅’이 됐다.
이후에도 리 박사는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돼 치료를 받던 중 7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