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가족 전파자’ 동선 공개 엿장수 맘대로

입력 2020-02-07 15:32 수정 2020-02-07 21:16

‘수퍼 전파자’로 지목된 16번 환자 동선이 7일 뒤늦게 추가 공개됐다. 광주시와 보건당국은 증상발현 이전 동선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고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된다며 공개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동시에 공개한 16번 환자의 일부 추가 동선 자료 역시 증상발현이 확인된 25일 당일로 제한됐다.16번 환자가 태국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19일부터 24일까지 1주일간의 동선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16번 환자는 가족 중 딸(18번)과 오빠(22번)가 확진자로 판정돼 ‘수퍼 전파자’나 다름없는 상태다.

시와 보건당국이 이날 공개한 16번 환자의 일부 추가 동선.

<16번 환자-1월 25일 이동 경로 일부 추가>
*1월 25일 오전 10시8분-승용차로 광주광역시 남구 회재로 211 우리마트 3분여 동안 방문(카드결제와 CCTV 영상 확인).
*접촉자 계산원 겸 사장 1명(2월5일 자가격리, 2월9일 0시 해제 예정)

16번 환자가 이후 전남 나주 친정집을 방문해 오후 8시쯤 귀가했다는 동선 등은 앞서 6일 공개됐다.

*1월25일~2월4일 동선
(1월 25일) 전남 나주 친정집 방문 후 20시쯤 자택 귀가
(1월 26일) 종일 자택에 머무름
(1월 27일) 발열 증상으로 자차 이용하여 9시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의료기관(광주21세기병원) 방문, 같은 병원에서 입원 중인 딸과 함께 1인실에 머물다 오후 6시쯤 전남대학교 병원 응급실 방문. 밤 10시쯤 광주21세기병원으로 승용차로 이동
(1월 28~2월 2일) 광주21세기병원)에서 딸 간병 및 본인 진료 위해 병원 내 체류
(2월 3일) 광주21세기병원에서 진료 결과 임상 소견 악화돼 전남대병원 내원해 응급실 환자분류소에서 선별진료소로 이동
(2월 4일) 전남대학교병원 음압병상에 격리 중 확진 판정

하지만 이 같은 보건당국과 시의 동선 공개는 16번 환자의 딸과 오빠가 18번, 22번 확진자로 판명된 이후 극도의 2차 감염 공포에 휩싸인 지역정서와 크게 동떨어졌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 16번 환자 일가족 중 인대 봉합수술을 받아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18번 환자(딸)를 제외한 16번과 22번 환자의 경우 접촉자 수가 월등히 많다.

특히 우편집중국에서 근무하면서 부업으로 딸기농사를 지어온 22번 환자는 이동반경이 매우 넓어 추가 감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확진자가 근무하거나 머문 시설들을 폐쇄하고 있지만 투명한 동선공개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여론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초 폐 기저질환이 있던 16번 환자의 접촉자는 현재 378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오빠인 22번 환자는 최소한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2번 환자는 거주지가 나주, 직장은 광주우편집중국으로 일상적인 하루 이동반경이 무척 넓었다.

게다가 부업인 딸기 납품을 위해 광주와 나주를 왕래하면서 다수의 마트, 농산물매장, 나주혁신도시 인근 식당 등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근무하던 광주우편집중국은 현재 폐쇄됐고 350여명의 직원들은 자가 격리된 상황이다.

전남 나주시 역시 6일 22번 환자의 어머니가 다녀간 마을 경로당을 폐쇄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증상발현 이전은 전염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로 그 이전의 개인적 사생활 동선은 환자의 개인정보로 무조건 공개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증상발현 이전 전염력이 없다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적잖다는 점에 보건당국의 고민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 모 호흡기 내과 의사는 “증상발현 이전이 잠복기라면 몰라도 바이러스가 몸에 든 잠재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잠복기와 잠재기의 경계를 명확히 의학적으로 구분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2번 환자는 생활거주지가 전남 나주이지만 직장은 광주우편집중국이다. 이 환자는 광주와 나주를 오가면서 지역의 마트, 농산물매장, 나주혁신도시 인근 식당 등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