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민 모임인 중국한국인회 임원들이 7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중국 내 현지 상황을 전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극복을 위해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구호품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박원우 회장은 이날 시청 시장실에서 "구호품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가 없어서 면 티셔츠를 잘라서 봉제해 쓰는 형편에 있고, 손 세정제가 없으니까 50도짜리 중국 백주를 대신 쓰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사드 문제로 3년간 고통받았고, 작년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1년간 고생했다"며 "이제 좀 나아졌나 싶었더니 바이러스까지 오니까 폭탄을 맞은 격"이라고 토로했다.
신동환 톈진한국인회 회장은 "내일 중국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마스크를 구해서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겨우 500개를 보냈다"며 "어제 더 주문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톈진에서는 '마스크를 들고 오지 못하면 비행기를 연기하라'고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총연합회 이옥경 부회장은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안 쓰면 공안들이 강제로 하차시킨다. 마스크 없이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공안이 수갑을 채운 경우도 봤다"며 마스크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중국 교민은 삶의 터전을 버리지 못해 한국에 올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오해가 있는 것이,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분들은 실질적으로 교민이 아니고 유학이나 파견 등으로 와 계시던 분들”이라며 "교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어서 대부분 귀국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긴급 구호 물품이 시급하게 지원돼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는 어제로 1차 잠복기가 끝났다고 했고, 오는 20일까지를 2차 잠복기로 잡았다. 긴급 구호 물품은 앞으로 2차 잠복기 안에 들어와야지 그 이후에 오면 크게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우한 폐렴 단어 사용은 중국 혐오로 여겨질 수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하면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중국인은 특성상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을 절대 잊지 않는다. 지금 의료품을 중국인들과 나눠서 쓰고 있는데 이런 것이 중국 매스컴에 아주 크게 보도가 된다"며 "저희에게 큰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박 시장도 "중국인들은 '설중송탄'(雪中送炭·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냄), 즉 어려울 때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는다는 전통과 인식이 있다"며 "이런 기회에 노력해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