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어 기아차도 휴업…中 부품 공장 일부 시범가동

입력 2020-02-07 11:18 수정 2020-02-07 1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자동차업계 생산공장이 대부분 가동을 중단한다. 글로벌 업황 불황과 국내 판매 부진 등이 겹쳐 판매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당분간 생산마저 불가능해져 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국내 생산공장은 7일부터 대부분 가동을 멈춘다. 현대차 울산 5개 공장과 아산공장이 지난 4일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다가 이날부터는 모두 휴업에 들어간다. 전주공장도 트럭 생산은 멈추고 버스 생산라인만 가동한다.

기아차 소하리, 광주, 화성 공장도 10일엔 휴업을 실시하고 11일 이후는 부품수급 문제 등을 감안해 각 공장별로 협의해 생산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이미 지난 4일부터 평택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르노삼성차는 다음주 중 2∼3일 가량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현지 부품공장들이 10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는 가정 하에 휴업 스케줄을 짰지만, 사실상 재가동 시점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12일 생산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중국 상황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의 경우 많은 종류의 와이어링이 자동차 조립 초기 단계에 필요하기 때문에 수급이 제대로 안된다면 휴업은 길어지게 된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사용하는 와이어링 중 중국산의 비중은 80%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10일부터 중국 공장이 문을 연다고 해도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실제 근무하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최대한 빨리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력해 칭다오 총영사관을 통해서 와이어링 생산 거점인 산둥성에 공문을 보냈다. 국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일부 공장이라도 엄격한 방역 관리 하에 생산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공장들이 지역 당국의 승인을 얻어 다음주 본격 가동을 위한 시범가동을 시작했다”면서 “중국 정부에서 휴무를 연장할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한 신종코로나 관련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공장 조기가동을 위해 중국 쪽과 세부적인 방법까지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국내 공장은 고객들이 많이 기다리는 차종을 우선으로 해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 경제장관회의 겸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진출 기업들의 자동차 부품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자동차 산업이 한국 경제의 제조업 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1.4%라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신속한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자동차 부품수급의 불확실성을 조기 해소하고 자동차 생산을 정상화해 나가면서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지난해 이미 고전을 면치 못한 완성차업체들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이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819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339.3%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29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10년만에 최대 규모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