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과는 일절 없이 탄핵심판 무죄 자축

입력 2020-02-07 10:16
'무죄선고'라는 헤드라인이 1면에 적힌 신문을 들어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자신에 대한 상원 탄핵심판이 전날 무죄 결정으로 끝난 것에 대해 자축행사를 벌였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한 덕에 무죄 결정이 났지만 탄핵심판까지 받은 것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을 추진했던 민주당을 향해 거친 말로 맹비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정부 각료와 공화당 상·하원의원 등을 초청해 성명 발표 형태로 한 연설에서 1시간 넘게 발언을 이어가면서 “우리는 지옥을 거쳐왔기 때문에 오늘은 축하의 날”이라며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무죄 선고’라고 1면에 쓰인 워싱턴포스트(WP)를 들어보이며 “이것이 최종 결과”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평소 WP를 ‘가짜뉴스’라고 부르며 비난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웃으면서 “워싱턴포스트에서 유일하게 좋은 헤드라인”이라고 말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을 통해 이날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연설 초반에 “이건 기자회견이나 연설이 아니다. 그저 일종의 축하”라면서 ‘축하 무대’로 규정했다. 이날 행사에는 폭스뉴스 진행자 로라 잉그러햄과 보수 성향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비난하는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탄핵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거듭 부르면서 “민주당의 마녀사냥은 내가 취임하자마자 시작됐다. 우리는 지금 이 일을 3년 넘게 겪고 있다. 그건 악이고, 부패했고, 더러운 경찰이었고, 누설자와 거짓말쟁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대선 캠프와 러시아 측의 결탁 의혹을 22개월간 조사한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속어를 써가며 “그건 모두 허튼소리(bullshit)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 시도를 주도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해선 “끔찍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탄핵조사를 이끈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에게는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공격했다. 또 탄핵 심리 과정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폈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울부짖는 척”이라고 부르는 등 민주당 인사들을 하나씩 거론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을 향해 “그들은 사악하고 비열하다”고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밋 롬니 상원의원을 “실패한 대통령 후보”라고 다시 비난했다. 반면 상원을 이끈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를 향해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치켜세우는 등 공화당 의원들과 변호인단 등을 “위대한 전사들”이라고 부르며 자축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연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면서 저속한 표현을 써가며 탄핵심판 무죄 선고를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사과하는 기색이 없었다면서 과거 탄핵소추를 당했다가 상원에서 무죄 결정을 받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대조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종료 후 백악관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의회와 국민에게 무거운 부담을 안긴 데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가족이 민주당 때문에 고통당한 것에 사과하고 싶다고 한 것뿐이라고 AP는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