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수급 정상화 ‘총력전’… 특별연장근로·외교채널 총동원

입력 2020-02-07 10:10 수정 2020-02-07 10:1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경제장관회의 겸 제3차 경제활력대책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생산 중단 등의 어려움을 겪는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를 돕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사후승인’을 허용키로 했다. 자동차부품 생산을 위해 연장근로가 필요하면 우선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행한 뒤 정부에 특별연장근로 승인을 받는 것이다. 또 중국에서 생산하던 부품을 국내에서 대체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투자도 지원한다. 중국 현지생산 시설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재가동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채널도 총동원한다.

정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경제장관회의 겸 경제활력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진출 기업들의 자동차 부품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자동차 산업이 한국 경제의 제조업 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1.4%라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신속한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한국 전체 자동차 부품 수입의 29.2%를 차지하는 주요 거래국이다. 지난해 한국 총 자동차부품 수입액(53.4억 달러) 중 대(對)중국 수입액은 15억6000억 달러에 달한다. 주로 와이어링 하네스(전선)와 조향장치(핸들), 에어백 등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중국 내 생산이 중단되면서 현대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기업의 생산 감축·중단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수급 안정화 방안과 중장기적인 국내 생산기반 유지 방안 등 2가지 방향의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단기적으로 국내 부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국내 부품생산 업체들의 특별연장근로를 신속하게 인가해주기로 했다. 주 5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불가피할 경우 ‘사후승인’을 허용해주는 식이다. 보통 기업이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면 3일 이내에 승인이 이뤄진다.

또 중국 생산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내 대체생산을 지원키로 했다. 공장 신설 및 증설, 신규 장비 도입 등의 시설투자 소요자금을 금융위원회가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생산감소 및 매출액 급감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은 경영안정 자금도 지원한다. 인력이 부족한 부품업체를 돕기 위해 자동차 퇴직인력 재취업 프로그램도 도입해 추가 고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중국 현지생산이 조기에 재가동될 수 있도록 외교채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주중대사관, 완성차 기업, 코트라 등 모든 채널을 활용해 중국 지방 정부와 중국 공장 재가동 협의를 추진한다. 중국에서 부품생산이 재개될 경우 수급 소요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류·통관 절차도 단축시킬 예정이다. 24시간 통관을 지원하고 수입 심사시 서류제출, 검사선별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중국 생산이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중국 외 제3국 부품공장에서 대체 생산된 부품이 국내로 신속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통관을 지원한다. 홍 부총리는 “수입선 다변화가 어려울 경우 단기 연구개발(R&D) 지원, 환경인증 신속처리 등 국내 대체 부품개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수급 리스크가 큰 부품의 경우 국내 생산기반이 유지되도록 스마트공장 보급 등 생산성 제고를 지원하겠다. 잠재적인 수급 불안 가능성이 있는 품목들을 선제적으로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이날 신종 코로나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부품 협력업체에 1조원의 자금을 긴급지원한다고 밝혔다. 경영자금 308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납품대금 5870억원 및 부품양산 투자비 1050억원을 조기에 지급한다.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350여개 협력업체가 대상이다. 현대차는 또 중국 내 협력업체 방역을 지원하고, 중국 공장 재가동을 위해 한국 정부와 중국 지방정부 간 협의를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개 지방자치단체와 23개 전문 지원기관과 함께 현장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부품 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단기적으로 자동차 부품수급의 불확실성을 조기 해소하고, 자동차 생산을 정상화 해 나가겠다. 만일의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신종 코로나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을 돕기 위해 금융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약 2조원 규모의 추가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기존 대출·보증 만기를 연장한다. 홍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로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관광 등 다른 업종별 지원방안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