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많이 줄었죠? 다음 달부터 월세 10% 깎아드릴게요. 서로 힘을 합쳐 잘 이겨냅시다”
지난 6일 전북 덕진구 우아동에서 부대찌개 전문점을 하는 A씨는 건물주로부터 뜻밖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 힘든 마당에 혹시나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A씨는 수화기에 흘러나오는 건물주의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예상 밖에도 월세를 인하해주겠다는 이례적 제안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손님이 줄어든 세입자 A씨의 고충을 건물주가 헤아려 준 것이다.
A씨는 “월세를 낮춰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정말 고마웠다”며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되뇌였다.
이웃과 함께 신종 코로나를 이겨내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현되고 있다.
정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를 예고한 가운데 출향인들의 고향사랑 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뱃사람부터 기업인들에 이르기까지 신종코로나 위기서 고향을 지키자는 의지에는 다를 게 없다.
제주 출신의 선원이라는 한 남성은 5일 제주특별자치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화를 걸어 100만원을 기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구입해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익명의 이 선원은 “고향에서 멀리 망망대해로 떠나와 있지만 한시도 제주를 잊지 않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를 빨리 극복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청년콘텐츠협동조합도 성인용 마스크 2000개를 기증했다. 앞서 제주지역 익명의 독지가 역시 1만5000개의 마스크와 편지를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에 택배 등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독지가는 편지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품귀현상으로 마스크를 써 보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이웃들에게 온정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물리치료사회도 6일 대한노인회 수원시 팔달구지회를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황사방역용 마스크 2000개를 전달했다.
이웃을 위해 확진판정자와 임시격리 조치된 이들을 돕고 끼니해결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도시락 배달을 하는 자원봉사자도 늘고 있다.
6일까지 3일 연속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지역 노인복지관들은 끼니해결이 힘든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서 배달하고 있다.
하남종합사회복지관은 끼니를 거를 위기에 처한 130명에게 즉석밥과 반찬 등을 날마다 배달해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당분간 문을 닫기로 한 광주지역 노인복지관들은 그동안 복지관에서 ‘무료 점심’으로 끼니를 해결해온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고 있다. 거동이 힘든 이들을 위해 배달까지 도맡았다.
하남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5일 당장 끼니를 거를 위기에 처한 130명에게 즉석밥과 젓갈·김·깻잎장아찌 등 4일치 식료품을 구입해 전달했다. 다음주부터는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조리한 도시락을 만들어 이틀에 한 번씩 배달하기로 했다.
행복나루노인복지관도 노인 120명에게 사골곰탕과 육개장 등 조리가 비교적 쉬운 10가지 즉석식품 10일분을 노인들에게 직접 배달했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지역 노인복지관 운영이 임시 중단된 이후 점심을 배달받아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들이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30여명이 가족 등과 격리돼 생활하는 광주소방본부 생활관에는 ‘감염 공포’를 극복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소방본부 생활관으로 옮겨진 격리자들은 ‘방호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문앞까지 직접 배달해준 음식으로 3끼 식사를 하고 빨랫감이나 청소도 이들에게 맡긴다.
자원봉사자 노모(63·개인택시)씨는 “격리시설 운영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힘을 보태게 됐다”며 “아내와 자녀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웃의 어려움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본부생활관은 격리기간인 오는 17일까지 하루 6명씩(12시간 교대)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한데 시민 35명이 자원봉사 신청을 해왔다고 밝혔다.
코로나가 확산될 추세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고향과 이웃을 돌보려는 ‘공동체 정신’이 발휘돼 훈훈한 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이들이 머무는 충남 아산시에는 전국 각지에서 소독제와 마스크, 과일 등 4억8000만원 상당의 후원 물품이 도착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