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시사교양 ‘거리의 만찬’ 새 MC를 맡게 된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다.
KBS 측은 “시청률 경쟁을 비롯한 대내외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저희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제작진은 오랜 고심 끝에 배우 신현준과 시사평론가 김용민을 새로운 MC로 섭외했다”고 6일 밝혔다.
그러나 KBS 측은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의 우려가 있었고 김용민 씨 또한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모든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프로그램 제작에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앞서 KBS 시청자권익센터엔 ‘거리의 만찬 MC 바꾸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김용민의 과거 막말이 재조명됐다. 청원엔 “김용민 씨가 ‘미국 여성 장관을 성폭행해 죽여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용민 씨는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두고 “강간해 죽이자” 등의 여성혐오성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 논란은 당시 민주통합당의 총선 패배와 그해 대선 실패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회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4년 인터넷 방송에선 “지상파 텔레비전이 밤 12시에 무조건 성인영화를 두세 시간씩 상영하자” “주말은 특집으로 포르노를 보여주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 팔자” 등의 발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혐오뿐 아니라 노인 혐오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노인네들이 시청역에 오지 못하도록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버리자” 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거리의 만찬 시즌1’은 양희은과 박미선, 이지혜 등 여성 3인이 진행해왔다. 이들이 시사 현장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다방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달의 PD상, 좋은 프로그램상 성평등 부분, 양성평등 미디어상,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 등의 화려한 수상 경력도 갖게 됐다.
그러나 갑작스런 종영 소식과 시즌2에서는 3명의 여성 진행자를 모두 교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청자들의 반발 거셌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KBS시청자위원회는 이날 특별위원회를 열고 제작진에 의견을 전달했다.
임윤옥 시청자위원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 전체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성 진행자 전원을 교체하고 논란이 많은 남성 진행자를 기용하려는 한 시도를 보고, 제작 현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놀랐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첫 방송이 예정됐던 ‘거리의 만찬’ 시즌2는 제작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