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처음 알린 ‘우한의 영웅’ 리원량 의사, 결국 숨졌다

입력 2020-02-07 06:09 수정 2020-02-07 06:13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폐렴’의 확산 위험에 대한 처음으로 경종을 울리고 대책을 호소했던 의사가 자신도 환자 진료 등 우한폐렴에 걸려 끝내 숨졌다고 연합보(聯合報)가 7일 보도했다.

연합보는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와 CCTV 등 관영 매체를 인용해 우한폐렴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武漢)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는 리원량(李文亮 34) 박사가 전날 안타깝게도 사망했다고 전했다.

리 박사는 자신이 일하는 우한중심 병원에서 진찰한 환자 여러 명이 지난 2003년 중화권을 휩쓸며 많은 인명피해를 내게 한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증상으로 보이는 사실을 알아챘다.

감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한 리 박사는 지난해 12월30일 동료 의사 7명과 함께 SNS를 통해 이 같은 위험 상황을 알리고 널리 전파하도록 애를 썼다.

하지만 리원량은 수일 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위 정보를 퍼트려 민심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계속 관련 사실을 유포할 경우 체포당할 수 있다는 통고를 받는 등 압박에 처했다.리원량 등 8명의 의사는 공안국에 소환돼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까지 써야했다.

나중에 우한폐렴이 급속도로 전파하자 당국은 1월 말 리 박사에게 사과했지만 너무 늦은 사과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리 박사는 환자를 치료하다 지난달 8일 발열 증상을 나타내 정밀검사를 받았다. 지난 1일 웨이보를 통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리 박사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리 박사를 ‘우한 영웅’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리 박사는 병상에서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경고하고자 했다. 그는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빨리 회복돼 다시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1일 확진판정을 받은 리 박사는 애초 병세를 낙관했지만 6일 들어 급속히 악화했다. 그는 6일 저녁 기관 쇠약에 의한 심박정지로 숨을 거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위터를 통해 리원량 의사의 부음에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