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 나왔던 ‘우한 영웅’ 리원량 박사, “긴급 소생 치료 중”

입력 2020-02-07 05:22 수정 2020-02-07 06:05

중국 우한(武漢)에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가 당국에 끌려가 처벌을 받았던 우한 중앙병원 안과과장인 리원량(李文亮·34)박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위독하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리 박사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지만 병원 측은 리 박사가 현재 중환자실에서 긴급 소생 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사망설을 일축했다.

신경보와 중국신문사 등 중국 매체들은 현지시각으로 7일 일제히 우한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이 전날 밤 병원에서 폐렴 증세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었다. CNN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르스(SCMP)등 외신도 중국 매체들을 인용해 일제히 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우한시중심병원은 이날 새벽 웨이보를 통해 중환자실에 있는 리 박사가 긴급 소생 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그는 환자를 돌보다 지난달 10일쯤 기침과 발열 등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최근 폐렴으로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리 박사는 지난해 12월 병원을 찾은 환자 7명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모두 화난 수산물시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전염병임을 직감해 이들을 격리시켰다. 12월 30일 자신의 의대 동문 모임 채팅방에서 “국내 해산물 시장에서 온 환자 7명이 사스형 질활을 진단받아 우리 병원에 격리됐다”는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직후 리 박사는 우한시 공안당국으로부터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날, 우한시 보건위원회는 긴급공지를 통해 화난 해산물 도매시장에서 온 일련의 환자들이 “알 수 없는 폐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시 의료기관에 알렸다. 또한 공지엔 “어떤 단체나 개인도 당국의 허가 없이 이 질병에 대한 치료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한 보건당국은 31일 새벽 긴급회의를 열어 발병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리 박사는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소환돼 발병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우한 당국은 발병 사실을 발표했고,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나흘 뒤 리 박사는 우한 지역 공안에 불려가 “온라인에서 소문을 퍼뜨리고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힌다”는 질책을 받았고 리 박사는 자신의 “불법적인 행위”를 인정하고 더 이상의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그는 구속될 가능성을 우려했고, 이후 공안에서 풀려나긴 했지만 속수무책의 무력감을 느끼며 병원으로 복귀했다. 리 박사는 지난달 말 웨이보에 서면 사진을 게시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현지 당국도 그에게 사과했지만 너무 늦은 사과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 박사의 경고를 유언비어로 몰고 가던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 약 한 달 후인 지난달 20일에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우한과 주요 도시 방역을 시작했다. 리 박사는 지난달 녹내장 환자를 치료한 뒤 폐렴 증상을 보여 입원했고 지난 1일 웨이보에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수천 개의 코멘트와 글로 리 박사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리 박사를 ‘영웅’이라고 칭했다.

환자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된 리 박사는 병상에서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경고하고자 했다. 그는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빨리 회복돼 다시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치기도 했다. 많은 중국인은 리 박사의 기적적으로 생존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