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로 격돌하는 미·중…대만 문제까지 나왔다

입력 2020-02-07 06:00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오랜 갈등까지 재연됐다.

발단은 중국을 향한 대만의 항의였다. 대만은 5일 중국 정부가 WHO에 자국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공개 비난했다. WHO가 4일 부정확한 수치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WHO는 대만에서 1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정정했다. 해당 시점의 실제 확진자 수는 10명이었다.

어우장안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제공한 잘못된 정보가 문제의 원흉”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대만은 중국 정부의 반대로 WHO 등 유엔기구에 가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대표가 WHO에서 대만까지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현재 자국의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에 대만의 사례를 포함해 발표하고 있다. 어우 대변인은 “우리는 대만의 정보를 중국 밑에 두지 말아달라고 간청하고 있지만 WHO는 실수만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항의에 미국이 거들면서 미·중 충돌이 본격화됐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대만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국가로 표기하는 등 미국은 대만의 독립적 주권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앤드류 브렘버그 주제네바 미국대표부 대사는 6일 WHO 이사회에서 “WHO가 실제 대만의 확진자 수가 반영된 제대로 된 공중보건 데이터를 내놓기 위해서는 대만 보건당국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 기술적 차원에서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국대표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마련된 WHO 회의에서 미국 측이 양안 문제까지 꺼내들며 중국을 향한 외교적 공세를 펼친다는 불만이었다.

중국 정부는 미국 등의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발 항공 노선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도 강력 항의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몇몇 국가가 WHO의 권고를 무시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공고를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과 반대를 표한다”며 “이들 국가에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중국 외교부는 3일 브리핑에서도 미국의 대중 교역·여행 금지 조치에 대해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한 일이라곤 공포를 조장하고 확산시킨 게 전부”라고 비난한 바 있다. “세계 대중을 공포에 몰아넣는 선동을 중단하라”는 중국 측 항의에 미국은 “과학에 근거한 조치”라고 맞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