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모의투표 못한다…선관위 ‘공직선거법 위반’ 결정

입력 2020-02-06 21:18

4·15 총선을 앞두고 일부 교육청이 추진해온 초·중·고등학생 대상 모의투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판단이 나왔다. 올해 선거권을 갖는 고3 학생은 물론 선거권이 없는 학생들도 모의투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총선에 맞춰 추진해 왔던 초·중·고교의 ‘모의선거 프로젝트 수업’은 선관위 불허 결정으로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선관위는 6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 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권이 없는 초·중·고등학생 대상 교육청 주관 모의투표에 대해 논의한 결과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유권자가 된 만 18세 학생을 대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발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의투표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 하에 모의투표를 하는 것은 행위 양태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4월 총선에 맞춰 참정권 교육 차원에서 3∼4월 초·중·고 40여곳에서 실제 정당과 입후보자 이름을 넣어 모의투표를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선거권 부여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 만큼 참정권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조희연 교육감은 선거를 매개로 한 학생 참정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으나 선관위는 모의선거 수업이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선관위의 결정과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모의선거를 치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겠다”며 “추후 선관위 측에 질의를 통해 학생들의 참정권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모의선거는 국가기관인 교육청과 국가공무원인 교사가 주도하는 점과 선거권 부여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져 모의선거 대상에 실제 유권자가 다수 포함된 점에서 이전과 달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현행 선거법은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

선관위는 모의투표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도 참정권 교육의 필요성은 강조했다. 선관위는 “18세 선거권자는 물론 미래 유권자에게 참정권의 소중함과 올바른 주권행사 방법을 일깨워줄 교육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교육기관과 협의해 선거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