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실제적 ‘코호트 격리’ 조치가 처음 내려진 광주 21세기병원의 사후관리가 지나치게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특정 환자를 통한 감염 우려에도 격리가 되지 않아 수용자들이 다인실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필품 공급과 청소도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병원에 격리된 환자가 6일 외부 취재진에게 건넨 쪽지를 통해 드러났다.
쪽지에는 ‘환자 분리가 안되고 3층에 그대로 있다’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엉망이다’ ‘처리 좀 해달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6번 확진자가 인대 봉합수술을 받은 딸을 병간호하던 광주 21세기병원에서 3층 입원환자 23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4일부터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은 당초 이들을 1인1실에 전원 안전하게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1인실 격리를 하기에는 병실이 부족해 다인실을 활용한 공동생활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쪽지를 건넨 환자는 취재진에게 “1인실로 옮긴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관리자도 별도로 없어 격리조치도 너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병실 격리자 간 접촉이 통제되지 않아 수용자 전원이 감염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다인실은 단독 시설이 설치된 1인과 달리 샤워실과 화장실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격리자들은 식수가 떨어져 정형외과 병동 3층 복도 공동정수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의 전염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사후관리로 오히려 격리자들을 감염 무방비에 몰아 넣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격리자들은 날마다 배달 도시락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하고 있으며 세면도구 등도 충분히 보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병실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위생적이지 않은 실내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A씨는 “격리만 해놓고 나몰라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환자가 아닌 사람을 감염자와 같이 수용해 되레 병에 걸리게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는 격리조치를 한 21세기병원에는 기존 청소원이 출근하지 않아 현재 광산구 모 청소대행 업체를 선정해 청소작업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청소 작업자들에게 방역복과 고글 등을 착용시켜 병원 내부청소를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칫솔과 치약 등 세면도구와 화장지, 라면 등 생필품은 신속히 공급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광주 21세기병원 3층 환자 23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분산 격리 중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성 감염 질환자가 발생한 병동 전체를 의료진, 입원환자와 함께 봉쇄하는 일명 ‘코호트 격리’ 수준에 못지 않은 고강도 조치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