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미투 폭로’를 당했던 정봉주 전 의원의 후보 적격 여부 판정을 연기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6일 회의를 갖고 성추행 사건으로 명예훼손 재판을 받은 정 전 의원의 예비후보 적격 여부 판정을 내리려 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의원에 대해 “오는 9일 오전 10시부터 후보 면접이 시작되는데 그 전에 공관위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여부를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성추행과 연관된 사건의 명예훼손 및 무고 재판 판결문에 성추행 사실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힌 측면이 있어 좀 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반면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정 전 의원이 처음에는 부인하다 나중에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을 인정했고, 이미 국민적 인식은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는 쪽으로 형성됐다는 점에 대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정 전 의원이 상대 여성을 호텔로 불러 만난 행동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 여론이 적잖다.
다만 이 위원장은 정 전 의원이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검증을 거치지 않고 공관위에 후보 신청을 하는 꼼수를 쓴 것과 관련해서는 불이익을 줘야한다는 공관위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미투’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밝힌 상황에서 공관위 결정이 자꾸 미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씨,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국민 정서와 눈높이를 감안해 탈락시킨 마당에 정 전 의원 관련 결정을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당 공관위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근 카페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당내 여론이 공천 배제 쪽으로 모아졌음에도 정 전 의원은 연일 출마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당이 영입했던 원종건씨의 데이트 폭력 의혹으로 20대 여성 등 지지층의 표심 이탈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당내에선 정 전 의원의 공천 문제가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했으나 성추행 의혹이 보도되자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성추행 의혹 관련 명예훼손 재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최근 민주당에 복당하고 서울 강서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