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찬열 의원이 6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이로써 이 의원의 당 이적은 4번에 달한다. 그의 행보에는 줄곧 ‘손학규’라는 이름이 따라붙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당을 바꾸면 이 의원은 그 뒤를 줄곧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처음으로 손 대표에게서 벗어나 자신이 처음 택했던 한국당(한나라당 후신)으로 돌아갔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면담을 하고 한국당에 입당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을 보며 독선, 독주가 심하다. 조국 사태와 검찰 인사 상황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느꼈다”며 “한국당은 제가 도의원을 할 때 한나라당으로 했었고, 제 지역구만큼은 민주당에 넘어가는 것은 안 되겠다 싶어서 한국당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황 대표가 이 의원을 환영하면서 “수원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수원 갑 지역구에 한국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18대부터 연속으로 당선된 3선 중진 의원이다. 1998년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며 정계에 입문한 이 의원은 줄곧 손 대표를 따라다니며 당적을 옮겼다. 2007년 손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할 때 같이 당을 옮겼고, 손 대표가 2016년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자 같이 탈당했다. 2017년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한 손 대표를 따라 같이 국민의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하자 손 대표를 따라 바른미래당에 합류했다.
손 대표를 따라다녔던 이 의원의 행보는 지난 4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의원은 사실상 바른미래당은 공중분해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창업주인 유승민 바른정당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떠나가고 당권파들도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손 대표에게 퇴진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탈당하면서 “피도 눈물도 없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비정한 정치판이지만 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제 한계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이 의원은 손 대표에게 한국당 입당 전 연락을 했냐는 질문에 “제가 무슨 낯짝으로 손 대표에게 연락을 드리나”라며 “지금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손 대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고 답했다. 호남 정당과의 통합 대신 한국당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역 여론을 많이 들었다”며 “제가 2016년 손 대표와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역 여론을 계속 들어서 지역 여론을 따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탈당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의원이 자기가 하겠다고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