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연임 강행’ 문 열어둔 우리금융

입력 2020-02-06 18:18 수정 2020-02-06 19:49
이사회 “우리금융 은행장 선임 절차 밟을 것”
마땅한 차기 회장 후보도 없어 손 회장 연임 무게
‘확답’ 피한 건 라임 사태 실사 발표 앞두고 ‘숨고르기’


우리금융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연임 강행’ 문을 열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위원회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하면서도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되 숨을 고르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중징계)’를 받았다. 제재가 최종 통보되면 연임을 할 수 없다.

당장 우리금융은 다음 주부터 은행장 후보자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손 회장은 은행장 겸직을 떼기로 했었다. 은행장 후보자를 정한다는 건 손 회장의 중도사퇴를 배제하고 연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측이 금융 당국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6일 이사회 간담회를 열고 금융 당국의 제재와 관련된 최종 통보가 올 때까지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뤄졌던 은행장 선임 절차도 다음 주 중으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사회는 실적 발표 전에 있는 비공개 간담회임에도 이례적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소속 사외이사 5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손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해석했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은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가로 한 것은 손 회장 연임 지지 ‘메시지’로 읽힌다. 이사회는 손 회장의 중징계가 결정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여건 변화’를 이유로 은행장 후보 추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었다. 이를 감안하면, 손 회장의 중도사퇴를 선택지에서 빼고 은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손 회장의 ‘연임 강행’에 무게를 둔다. 우선 손 회장을 대체할 만한 차기 회장 후보가 마땅치 않다. 손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선봉장’으로 평가받는다. 임추위가 지난해 12월 손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우리금융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정부가 입김을 넣어 ‘질책성’으로 외부 인사가 임명될 수도 있다. 우리금융 노조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손 회장 연임을 강하게 지지한 배경에도 ‘낙하산’ 우려가 깔려 있다.

손 회장이 연임 강행으로 가면, 금융 당국의 제재에 불복하는 법정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제재 관련 절차는 다음 달 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주주총회에 맞춰 가처분 소송 및 징계무효소송을 걸어 징계 효력을 늦춰야 손 회장의 연임이 가능해진다. 금융회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권 취업이 3~5년 간 제한된다.

다만 이사회는 연임 강행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금융 당국 눈치를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포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의 라임자산운용 실사결과도 나올 예정인데 굳이 금융 당국의 심기를 미리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결국 손 회장이 연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라며 “금감원 공식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