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 출마 문제를 놓고 좌고우면하면서 리더십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놓고선 실제로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이리저리 재는 모습만 보이고 있어서다. 그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수도권 총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자 당 대표가 오히려 총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했다. 당초 종로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붙는 방안이 유력해 보였지만 선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원내 입성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일부 측근들의 조언에 황 대표 본인도 종로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도 이런 기류에 맞춰 황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을 종로에 내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를 배려하느라 총선전략이 꼬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 대표가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는 탓에 수도권 판세를 좌우하는 종로 선거부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로의 경우 이 전 총리가 이미 표밭을 다지고 있고, 보수 진영에선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선거구도가 복잡해진 상태다.
수도권 출마를 결심한 당내 거물급 인사들은 황 대표의 움직임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대구 수성갑 출마를 접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석 달째 지도부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다.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황 대표가 종로에 못 나간다면 차라리 불출마를 선언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자신의 험지 출마를 지렛대로 인적 쇄신 동력을 확보하려던 황 대표의 구상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공천 원천 배제) 사지(死地)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인가”라고 따졌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험지 출마 거부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돼 온 TK(대구·경북) 지역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최고위원인 김광림 의원(경북 안동)은 당 회의에서 “선거철만 되면 찾아오는 근거도 없는 물갈이론에 TK가 봉이냐는 말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당 안팎으로 비판이 거세지자 황 대표는 출마 지역을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 인사들은 여전히 종로를 제외한 지역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황 대표 측에 종로 출마 말고는 방도가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 문제는 당의 승리와 통합을 위한 큰길을 가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때에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빨리 거취를 결정해 발표해야 한다. 당이 혼란스럽고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머뭇거리고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생각을 바꿔 종로 출마로 방향을 선회한다 하더라도 등 떠밀려 나온 모양새가 돼 실책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공관위는 당초 7일 전체회의를 열고 황 대표를 포함한 대표급 인사들의 거취를 매듭지을 방침이었으나, 당사자들에게 결단의 시간을 주기 위해 회의를 10일로 연기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