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감염 비상…우편집중국 직원인 22번 환자 접촉자는 300명 넘을듯

입력 2020-02-06 17:33 수정 2020-02-06 18:07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가 이뤄진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의 외부 출입문이 5일 밧줄에 묶여 있다. 연합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추가 확진자 중 대다수가 기존 환자들의 가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확진자의 가족들이 2, 3차 감염자가 되면서 ‘슈퍼 전파’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은 감염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점에서 ‘가족 감염’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22번 환자(46세 한국 남성)는 16번 확진자(43세 한국 여성)의 오빠로 파악됐다. 이 환자는 그동안 자가격리 상태였다가 이날 시행한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돼 조선대병원에 격리됐다. 16번 확진자는 지난달 태국 여행 후 귀국했으며 함께 여행한 딸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아 18번 환자가 됐다.

22번 확진자는 부인과 함께 지난달 25일 설을 맞아 전남 나주 모친의 집을 찾았다. 그 곳에서 여동생(16번 환자) 부부와 조카 3명(18번 환자 포함) 등 7명과 함께 식사했다. 그런데 그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7명 중 3명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22번 환자는 직장인 광주와 어머니 집이자 생활 거주지인 나주를 오가는 등 활동반경이 매우 넓고, 함께 생활하던 자녀들도 최근 해외와 타지로 나가 감염증 확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남성은 광주우편집중국에서 배달업무를 맡지 않고 우편물 분류 업무를 관리하는 우편원으로 근무하며 동료 등 200∼300명을 접촉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나주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딸기를 납품하려고 지난 1∼2일 집 근처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추가 접촉자 및 격리 조치 범위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광주우편집중국은 전날부터 임시 폐쇄하고 모든 직원(350여명)을 자가 격리했다. 앞서 여동생인 16번 확진자의 접촉자가 378명으로 파악됐는데 22번 확진자의 접촉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22번 확진자의 부인은 조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아들은 지난달 23일 광주 21세기병원에 복통으로 하루 입원한 적이 있었고, 사흘 후인 지난달 26일에는 1개월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떠나 영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딸은 천안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지난달 28일 해당 지역으로 이동했다. 현재 현지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앞서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던 14번 환자(40세 중국 여성)는 12번 확진자(48세 중국 남성)의 아내였다. 이 부부는 함께 서울 중구 면세점과 경기도 부천 극장,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KTX로 강원도 강릉까지 다녀왔다. 이에 이들 부부는 총 222명의 접촉자를 발생시켰다.

1차 음성 판정 뒤에 증세가 나타나 2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새로 확인된 20번 환자(41세 한국 여성)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은 15번 환자(43세 한국 남성)의 처제다. 특히 20번 환자는 1차 음성 판정 뒤에 증세가 나타나 2차 검사서 양성이 나왔다.

앞서 8번 환자(62세 한국 여성)는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에서 청도를 거쳐 입국해 가벼운 감기증세가 나타나 나흘 후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판정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2차 검사를 받은 뒤 양성이 나와 확진자로 판정됐다. 이 환자는 음성과 양성 판정 사이의 공백기에 대형 마트, 음식점 등을 방문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