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았던 왕조도 이제 끝나는 것일까. 20년을 넘게 이어온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전성기가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미국 ESPN은 6일(한국시간) “샌안토니오가 더마 드로잔과 라마커스 알드리지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샌안토니오는 6일 현재 2019-2020 NBA 정규시즌 22승 28패로 서부 콘퍼런스 10위에 머물러 있다.
드로잔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23.2득점 5.7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기록한 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알드리지는 올 시즌 18.8득점 7.4리바운드를 올린 준수한 빅맨이다. NBA의 트레이드 마감 기한이 7일 오전 5시인만큼 시간이 촉박해 트레이드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둘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샌안토니오가 올 시즌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직전 시즌까지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명문 샌안토니오의 최전성기는 1997년 드래프트에서 전설적인 파워포워드 팀 던컨을 전체 1지명으로 뽑으면서 시작됐다. 샌안토니오에는 이미 리그에서 손꼽히는 센터로 자리 잡고 있던 데이비드 로빈슨이 있었다. 던컨은 데뷔 첫 시즌부터 21.1득점 11.9리바운드로 NBA 올퍼스트팀에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로빈슨도 21.6득점 10.6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여기에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지휘 속 샌안토니오는 1999년 구단사 최초로 NBA 챔피언에 올랐다.
로빈슨이 노쇠화한 뒤에는 포인트가드 토니 파커, 슈팅가드 마누 지노빌리가 등장해 던컨과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2011년 데뷔한 포워드 카와이 레너드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2014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던컨 등장 후 샌안토니오는 총 다섯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마이애미 히트 등 그간 샌안토니오가 꺾어 온 팀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샌안토니오 왕조는 던컨 은퇴 이후 중심을 맡아줘야 했던 레너드가 구단과의 불화로 2017-2018시즌 직후 팀을 떠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레너드의 트레이드 대가로 토론토 랩터스에서 넘어온 드로잔도 좋은 활약을 했지만 팀을 우승권에 올리기에는 부족했다. 직전시즌 서부 7위로 힘겹게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기록을 이어간 샌안토니오는 결국 올 시즌 백기를 들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