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표를 작성하고 입장해 주십시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 선수권대회가 개막한 6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 경기장 2층 출입로 탁자에서 마스크를 낀 관객들이 고개를 파묻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방문 여부, 경기장에 찾아오기 전에 출발·경유한 국가를 신고하는 절차다. ‘노약자와 어린이는 감염 예방을 위해 관람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경기장 곳곳에 붙었다.
문진표를 진행요원에게 제출하면 열화상 카메라 앞을 통과한다. 발열 증상을 나타내지 않고 이 단계를 지나간 관객도 손 소독제 앞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필요하면 마스크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장에 찾아왔다. 마스크보다는 손 소독제에 더 많은 손길이 몰렸다.
정오를 넘겨서도 영하의 기온을 가리킨 한파에서 장내 입장 절차는 공항 입국장을 방불케 할 만큼 복잡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찾아온 대학생 김모(22·여)씨는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같은 종목을 사랑하는 팬끼리 건강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중의 상당수는 착석한 뒤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경기를 관전하면서도 선수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4대륙 선수권대회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미주·오세아니아·아프리카의 대륙 간 대항전이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된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ISU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장내 입장 절차를 강화해 검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 개최 대회에서는 한국·일본·중국 관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번 서울 대회에서 해외 관객의 대부분은 일본 국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년 전 남자 싱글 챔피언인 진보양(23·중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중국 관객도 작지 않은 숫자가 방문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 전 종목(4개)에 18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연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취소표가 일부 있었지만 입장권 대부분은 팔려나갔다”며 “단 한 명의 감염 의심자도 장내로 들이지 않기 위해 검역과 방역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 아이스링크의 관중 수용 규모는 5000석이다.
대회는 아이스댄스 리듬 댄스로 시작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국가대표로 이 종목에 출전했던 민유라(25)는 대니얼 이튼(28·미국)과 개인 최고점(64.38점)을 합작해 16개 팀 중 8위에 올랐다. 오는 7일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