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폐렴 격리’ 64세 아들에 “견뎌내야 해”…90세 노모 눈물의 편지

입력 2020-02-06 15:36 수정 2020-02-06 15:47
중국 우한에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64세 아들에게 "꿋꿋하게 견뎌내라"고 격려 편지를 쓰는 90세 노모.웨이보캡처

“아들, 견뎌야 한다. 꿋꿋하게 병마를 이겨내야 해….”

지난 4일 백발의 90세 노모는 병원 한 켠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64세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할머니의 아들은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전날 병원 격리병동으로 옮겨진 뒤였다. 할머니는 아들이 격리병동에 입소한 뒤에도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들이 몸도 불편한데 화장실 갈 때나 밥 먹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까봐 걱정이 된다”며 애를 태웠다.

할머니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간호사에게 종이와 볼펜을 빌려 격리병동의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500위안(약 8만 5000원)을 주면서 편지와 함께 아들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서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64세 아들의 병상을 지키고 있는 90세 노모.

병원에서 할머니를 계속 지켜본 여성 구모씨는 이렇게 전했다.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중국 우한의 쉐허 병원에는 지난달 30일쯤부터 백발에 흰 마스크를 쓴 할머니가 한 할아버지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그냥 안부나 묻고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계속 병상 옆에 붙어 있거나 병실 문 앞에 잠깐 나와서 앉아 있곤 했다. 병상 앞에는 계란 몇 개와 컵라면 한 박스, 국자 등이 놓여있었다.

구씨는 “할머니가 계속 병실을 지키고 있길래 남편을 간호하는 줄 알았는데 64세 아들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격리병동에 자리가 날 때까지 5일간 밤낮으로 아들을 간호했다. 배고프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피곤하면 병상 앞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는 정도였다.

구씨가 “이렇게 연로하신데 간호를 하고 계시네요. 다른 가족들은 없으세요”라고 묻자 “며느리는 손자와 함께 외국에 살고 있고, 출가한 딸은 설 쇠러 왔는데 감염이 걱정돼 집에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그러면서 “나는 이미 90살이나 됐으니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병실 앞에 앉아 있는 90세 노모.

할머니는 아들이 2일 밤 격리병동으로 옮겨진 뒤 다음날 새벽 2시쯤 자신도 감염됐는지 검사하기 위해 CT를 찍었다. 얼마 후 다행히 감염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고도 집으로 가지 않고 아들이 격리된 병동 입구로 갔다.

그리고 드나드는 의료진에게 “아들에게 휴대폰을 전달해달라” “돈을 좀 전해달라”고 이것저것 부탁하며 병동을 떠나지 못했다.

할머니는 그 다음 날도 구씨에게 “아들에게 먹을 것을 전해달라”고도 했다. 구씨의 어머니도 격리병동에 있어 동병상련이었다.

구씨가 “아드님이 격리병동에 입원했는데 이제 안심하고 가서 쉬시지 그러셔요”라고 하자 “어떻게 안심을 하겠어. 아들은 돈도 없고, 그릇도 씻지 못할테고, 화장실 갈 때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텐데…”라고 걱정을 쏟아냈다.
할머니의 사연을 전한 의사의 웨이보 계정.

그러다 간호사에게 볼펜과 종이를 빌려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들, 견뎌내야 해, 꿋꿋하게 병마를 이겨내야 한다. 의사의 치료를 잘 따르고, 인공호흡기가 불편할텐데 잘 참아야 한다.” 90세 노모의 눈에 64세 아들은 여전히 어린아이였다.

할머니의 사연을 들은 네티즌들은 “눈물이 난다. 아들의 조속한 쾌유를 바란다” “90세여서 두렵지 않은 게 아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위대한 것이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등의 댓글을 올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