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로 ‘갈 곳 없어진’ 노인과 유아

입력 2020-02-06 15:18 수정 2020-02-06 17:55

광주지역 노인복지·유아보육 서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여파로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장기화 추세에 대비해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기 위한 특단의 대책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빛고을노인건강타운과 효령노인복지타운이 5일부터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지난 2009년 아시아 최대의 노인복지 시설로 문을 연 빛고을노인건강타운 휴관은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복지재단은 지난달 28일부터 자체적 예방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방역작업을 해왔으나 혹시 모를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두 시설의 선제적 휴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두 시설에서는 하루 평균 5000~6000명 이상의 60세 이상 노인들이 2000원 안팎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영장과 목욕탕 대형식장 등을 이용해왔다.

광주권 노인복지의 구심점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되면서 두 시설을 즐겨 찾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여가를 보낼 마땅한 공간이 사라져 무료한 시간을 보낼 처지다.

노인들은 “신종 코로나 환자 치료와 확산방지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복지시설 운영중단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진월동에 사는 박모(74)할아버지는 “호들갑을 떤다고 할지 모르지만 빛고을건강타운에서 당구를 치고 담소를 나누는 게 유일한 낙”이라며 “하루빨리 신종 코로나가 사라지고 건강타운이 문을 열기만 바랄뿐”이라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보육시설은 이틀간의 임시휴원 이후가 주목되고 있다.

광주에서 16·18번 신종 코로나 모녀 확진환자가 발생한 직후 광주시와 시교육청은 6일과 7일 관내 어린이집 1122개소와 유치원 220개소 등 전체 1342개 보육시설에 대한 휴원 조치를 내렸다.

해당 기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내부시설 소독작업과 함께 방역·위생용품을 구비하도록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요원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어린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하지 않은 맞벌이 부부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휴원이 더 길어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와 시교육청은 16번 확진자 아들이 다닌 어린이집과 환자를 진료한 병원 인근 노인·장애인 복지시설을 포함해 노인복지관 9곳, 종합사회복지관 20곳, 장애인복지관 7곳, 경로식당 27곳 등 사회복지시설 60여곳에 대해 오는 18일까지 휴관하도록 했다.

어린이 이용이 많은 도서관, 공부방, 초등학교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등도 바이러스 잠복기 2주를 감안해 운영을 잠시 중단하도록 했다.

코흘리개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은 “급한대로 친인척에게 며칠은 부탁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자녀들을 무작정 다른 유아들과 어울리도록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어린이집에도 함부로 보내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끼니 해결이 힘든 저소득층과 노인 등을 위한 무료급식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 광주우산공원무료급식소가 4일부터 급식 제공을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지역 20여곳의 급식소 대부분이 이미 문을 닫았거나 운영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우산공원무료급식소는 지금까지 주3일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 등 하루 평균 4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해왔으나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자원봉사 인력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신종 코로나가 금명간 감소추세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향후 노인복지·보육시설·무료급식소가 종전처럼 운영을 재개해도 이용자가 대폭 줄게 될 것이라는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의 감염을 염려해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꺼리는 심리가 극도로 팽배해진 만큼 임시 운영을 중단한 각 시설이 문을 다시 열어도 여러 사정상 이용이 불가피한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설이 썰렁한 찬바람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신종 코로나 추이에 따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맞춤형 복지·보육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광주에서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4일부터 각종 복지·보육 시설 운영이 중단되고 있지만 대체방안 등 대책을 세울 단계는 아니다”며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인 탓에 뚜렷한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