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던 일본 대형 크루즈선에서 하루 만에 또 1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전날을 통틀어 이 배에서만 20명의 환자가 나왔다. 폐쇄된 공간 내부의 집단감염 규모가 확대되면서 6일 현재 일본 내 신종 코로나 감염자 수는 45명으로 급증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검체 검사가 완료된 크루즈선 탑승자 71명 중 10명에게서 신종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3일 밤부터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과 승무원 3711명 중 발열·기침 증상을 보이는 120명과 이 배에 탑승했던 홍콩인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153명 등 총 273명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를 실시했다. 전날 검사 결과 나온 31명 중 10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날 결과가 나온 71명 중 10명이 또 감염자로 확인됐다. 여전히 나머지 171명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진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당국은 추가 확인된 감염자 10명을 전날과 마찬가지로 요코하마가 속한 가나가와현 내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남은 승객과 승무원들은 바이러스 잠복 기간을 고려해 증상이 없어도 19일까지 해상에서 격리된다. 배에 탑승한 한국인 9명도 향후 2주간 배 안에서 머물러야 한다. 확진자 20명 중 아직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유람선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크루즈선 여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출렁이는 좁은 공간’이 선박 내 감염을 확산시켰다고 분석했다. 도호쿠 의약학대학 소속 감염예방 전문가인 가쿠 미쓰오 교수는 “선박 위 흔들림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된 난간 등을 다수의 사람들이 손으로 만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감염이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공간들에 비해 배의 경우 복도의 폭이 좁아 승객들이 오며가며 접촉하기 쉬운 구조라 전염병이 퍼질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수천 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십 일을 함께 숙식하는 크루즈 여행의 특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선내에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무료 식당과 공중목욕탕과 사우나,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그 외에도 노래방,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극장, 댄스 교실 등이 제공돼 승객들의 교류가 빈번한 구조다. 우라시마 미쓰요시 도쿄지케이카이 의과대학 교수는 “무료 뷔페식장에서 감염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음식을 덜고, 식사하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 CNN은 “크루즈선은 ‘떠다니는 페트리 접시(Petri dish, 배양접시)’라 불린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다가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홍콩인 남성이 지난 2일 확진자로 확인되면서 대규모 감염에 대한 우려가 본격 제기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나머지 승객들을 즉각 객실에 격리하지 않았다. 집단감염이 확인된 5일이 돼서야 승객들을 객실에 머물도록 조치했다. 그 때까지 승객들은 식당, 극장, 수영장, 공중목욕탕 등 배 안의 편의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했다. 유람선이라는 특수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초기 격리에 실패한 셈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