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전파력 세지고 있다…‘R0값’ 1 미만 낮춰야 잡는다

입력 2020-02-06 13:51 수정 2020-02-13 17:14
연합뉴스 제공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4명 추가돼 모두 23명으로 늘었다. 무더기 환자 발생이 늘고 전파력도 점차 강해지는 양상이다.
김우주 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대한바이러스학회 등 전문가들로부터 신종 코로나 발생 상황과 새로 제기된 궁금증들을 들어봤다.

Q: 전파 빨라지고 있나.
A: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는 2~14일이다. 환자 사례로 보면 감염 뒤 7~10일 증상 시작이 가장 많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고 그들의 밀접 접촉자가 늘고 있어 예견된 상황이다. 가족간 간염이나 해외 비즈니스 참석했다가 밀접 접촉한 사례들에서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Q: 중국 외 3국 방문자들 어떻게.
A: 태국 싱가포르 홍콩 등 우리 방역망 밖에서 유입된 확진자 늘고 있다. 방역망 틈이 많다. 일본은 크루즈선에서 10명이 집단 감염됐다. 일본의 경우 지역사회 유행이 확인된 건 아니지만 향후 주의깊게 봐 가며 대처해야 한다. 이들 국가 입국자 검역 ‘사례 정의 ’에 포함 안돼 있어 방역망이 계속 뚫리고 있다. 입국자들은 스스로 14일 이내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체크하고 의심되면 보건소나 선별진료소 가서 검사받는게 좋다.

Q: 정부가 ‘사례 정의’ 개정할 방침인데.
A: 아시아 전체까진 아니더라도 태국 싱가포로 홍콩 일본 등 감염자 수가 많은 국가 입국자들은 사례 정의 포함시켜야 한다. 그물망을 촘촘히 하고 검역 범위 더 넓혀서 감염 환자 조기 격리하고 획진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2월 20일까지(23일 중국 우한 봉쇄 직전) 아시아 국가 공항별 우한발 입국 승객 좌석 수 조사에서 태국이 1위였다. 수완나폼국제공항 등 태국 3개 공항에서 2만6000여명이 입국했다. 이어 싱가포르 창이 공항(1만600여명), 일본 나리타 공항(9000여명), 홍콩 국제공항(7000여명) 순이었다. 한국 인천공항도 6400여명으로 여섯 번째로 많았다. 우리가 이들 나라 감염자 유입에 특히 주의해야 함을 보여준다.
또 의료진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 확진자들의 증상이 굉장히 비특이적이다. 증상이 없거나 가볍기도 하고 증상이 나타나도 발열이 없거나 기침만 있거나 등. 근육통, 오한만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환자를 보는 일선 병원이나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에게 판단의 재량권을 줘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중국 여행력에 무관하게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사례 정의가 넓혀져야 한다.

Q: 동네 병·의원 방문 안전한가.
A: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면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로 먼저 가야 한다. 일반 병·의원은 감염 관리나 격리 시설 등이 준비 안돼 있을 수 있다. 확진자 동선을 따라 역학조사를 해 보면 동네 병·의원을 방문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중소 의료기관은 감염 관리에 취약할 수 있다.
동네 병·의원들은 직원들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쓰게하고 접수 단계에서부터 병력 청취와 함께 중국 혹은 태국 싱가포르 등 중국 외 국가 방문력이 있는지 물어보고 의심되면 곧바로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로 안내해야 한다.

Q: 치사율 어떻게 보나.
A: 대부분의 사망자는 중국 후베이성에 집중돼 있다. 중국 밖에선 홍콩과 필리핀에서 각 1명씩 나왔다.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치사율을 2.1%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 경증 감염자 수가 많아지면 치사율이 조금 떨어질 것이고 중국처럼 사망률 높은 중증 폐렴 진행 환자가 늘면 치사율은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 수준이 높고 병원 문턱이 낮아 중국 보다는 치사율이 낮을 걸로 예측된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중동 지역에선 치사율이 40%였지만, 국내에선 20%수준이었다. 국민 스스로 증상이 의심되면 보건당국에 신고하고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받는 자세가 필요하다. 빨리 확진돼 치료받으면 사망률도 낮아진다.

Q: 전파력 세지고 있다는데.
A: 감염병의 전파력은 재생산지수인 ‘R0값(basic reproduction number)’으로 판단한다. 확진자 1명이 일상생활에서 몇 명의 2차 감염자를 낳는지 보는 것이다. R0값은 고정돼 있지 않다. 밀접 접촉가 많으면 R값이 올라갈 가능성 크다. 메르스 때도 1명이 20~30명을 집단감염시켜 R0값이 7까지 올라간 적 있다. 병원 같이 밀폐된 공간에선 충분히 가능하다.
WHO는 당초 신종 코로나의 R값을 1.4~2.5 정도로 봤다. 하지만 최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2.9명, 홍콩대 연구팀은 2.24~3.58로 추산했다. 중국 광저우질병통제예방센터는 2.9로 봤다. 초창기 보다 R0값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확진자 1명이 2~3명을 감염시킨다는 것이다. 메르스(0.4~0.9) 보다는 높고 사스(4) 보다는 낮다.
하지만 점점 사스급에 가까워지고 2015년 한국에서 유행한 메르스의 전파력(R0값: 4)과 유사하게 가고 있다. 물론 전파력은 어떤 상황이냐, 조사 대상에 따라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신종 코로나 유행을 종식시키려면 R0값을 1미만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1명이 채 1명을 감염시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게 방역의 기본 목표다. 그러려면 빨리 확진자를 찾아내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해 2차 감염자를 신속히 걸러내는 등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진원지인 중국이 먼저 해 줘야 하고 우리나라 등 다른 감염자 발생 국가도 ‘R0값 1미만’이라는 방역 목표를 하루빨리 달성할 수 있어야 신종 코로나를 잡을 수 있다.

Q: 신종 코로나 완치 판단 기준은.
A: 24시간 간격을 두고 두번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퇴원 가능하다. 물론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사라지고 흉부X선상 폐렴 소견이 없어 의료진이 전염성 없다고 판단할 경우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임상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신중히 판단해 완치와 퇴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퇴원 후 안심해도 된다. 다만 퇴원 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보다는 몸 상황을 지켜보며 추후 진료 지침에 따라야 한다.

Q: 완치 후 재차 감염 가능성은 없나.
A: 출현한지 한 달여 밖에 안된 신종 감염병이기에 아직은 알 수 없다. 완치 환자에게 성성되는 항체가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항체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항체·면역이 형성돼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차후 ‘변종 바이러스’가 생긴다면 그 후에도 완벽한 면역 방어가 가능한지 역시 지금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Q: 환자는 폐섬유증으로 평생 고생한다는데 맞나.
A: 아직 속단할 순 없다. 다만 사스나 메르스 때 중증 폐렴으로 진행돼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서 오래 치료받은 뒤 회복된 환자 중에 소수에서 폐섬유증을 겪은 경우가 있었다.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폐활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도 사스나 메르스와 유사한 바이러스여서 심한 폐렴으로 진행된 환자는 폐섬유증 같은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

Q: 독감이 유행중인데, 증상 만으로 신종 코로나와 구분 가능한가.
A: 증상만으로론 구분이 어렵다. 신종 코로나는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주요 증상이지만 무증상이거나 경증일 경우도 있다. 근육통과 오한이 나타나기도 한다. 독감도 고열과 근육통, 호흡기 증상이 전형이고 해열제를 쓰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도 있어 환자 자신이나 진료 현장에서 구분하긴 쉽지 않다. 의료진이 중국이나 그 외 감염자 발생 국가 여행력 등을 물어보고 판단하는 수 밖에 없다. 7일부터 일선 의료기관에 신속진단 키트가 보급되면 구분에 도움될 것이다.

Q: 아이들 예방접종 맞혀야 하나. 병원 가기 꺼리는 엄마들 많은데.
A: 입학 앞둔 아이들은 기본 예방접종 맞혀야 한다. 특히 홍역 같은 감염병은 아이들에게 무섭다. 신종 코로나보다 전염력도 강하다. 예방접종표를 점검해 제때 맞도록 해야 한다. 단 병원 방문 전 전화 등으로 문의하고 방문시 주의사항을 따르는 게 좋겠다.

Q: 중국에서 생후 30시간 신생아가 신종 코로나에 걸렸는데, 수직 감염인가.
A: 자세한 경위는 더 따져 봐야겠지만 태어난 지 30시간되는 아기가 걸렸다면 수직 감염이 의심된다. 사스나 메르스 때도 비슷한 사례 있었다. 수직 감염은 임신부가 감염돼 태반을 통해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옮겨가거나 감염된 산모가 자연출산 혹은 제왕절개 과정에서 신생아에게 감염시킨 경우다. ‘주산기 감염’이라고도 한다.
반면, 대한바이러스학회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태반을 통과할 수 없다”면서 “임산부로부터 태반을 통해 태아로의 수직감염을 우려할 과학적 근거 없다”고 밝혔다.

Q: 대·소변 감염 가능성 제기됐는데, 공중 화장실 이용 괜찮나.
A: 중국과 미국 환자 사례에서 대변, 소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하고 혈액에서도 나와다고 한다.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얼마동안 살아있고 감염력을 가질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감염자의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경우는 장관계 증상(설사)이 있는 경우에 제한된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 중 장관계 증상이 있는 경우는 3% 내외로 보고됐다.
국내 전반적인 화장실 위생 환경을 고려할 때 분변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능성이 제기된만큼 전염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화장실 사용시 물 내리고 손을 철저히 씻을 필요가 있다. 화장실 관리자는 변기나 주변 표면 소독에 철저를 기하는 게 좋다. 장관계 증상을 보이는 환자일 경우는 분변 감염에 대한 대응 조치는 필요하다.

Q: 중국서 온 택배 물품 감염 가능성은.
A: 메르스의 경우 온도 20도, 습도 40% 조건을 충족할 경우 플라스틱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5일 생존한다는 미국 연구가 있다. 또 사스는 플라스틱이나 나무, 종이에서 3일 생존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도 최장 5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혀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조건이 충족됐을 때 얘기다. 온도와 습도가 높을수록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은 급격히 줄어든다. 바이러스가 표면에 남아있더라도 사람에 옮는 전파력은 짧게는 수시간, 길어도 하루 이틀이면 사라진다. 또 방역소독을 철저히 하면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사스나 메르스때 확진자가 머문 의료기관, 호텔 내부에서 물품으로 전염된 사례는 있지만 외부에서 배송된 물품을 통해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확진자의 비말(침방울)이 물건 표면에 튀어야 하고 최적의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짧은 시간 내에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침투해야 전염 가능하다. 중국에서 국제 배송된 물품을 통한 전염 확률은 매우 낮다.

김우주 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