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4시쯤 경기도 한 파출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한 뒤 인근 소방서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출동 불가 답변과 함께 질병관리본부로 직접 요청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경찰은 질본 측에 연락했으나, 신고자가 중국 우한을 다녀온 적이 없어 의심환자로 분류할 수 없기 때문에 구급차량을 출동시키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경찰은 순찰차에 신고자를 실어 직접 병원 응급실에 이송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에 대한 자세한 대응 지침이 부족해 경찰이 현장에서 신고 환자를 순찰차로 병원에 이송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원칙상 질본이 이송 판단을 하도록 일원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복잡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가장 먼저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잦은 일선 경찰의 경우 인근 보건소나 소방서에서 출동을 거절하면 신고자를 방치하고 돌아올 수도 없어 곤란함을 호소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8월 경찰청에 감염병 업무대응 실무 매뉴얼을 배포했다. 이 매뉴얼에는 현 감염병 ‘경계’ 단계에서 경찰의 임무와 역할을 적시했지만 이송과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신종 코로나 확산 뒤 20일과 27일 배포된 경찰 내부 지침에서도 이송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한 경찰은 “지침에 단독 출동을 지양하라는 내용이 있지만 보건소나 소방서 쪽에서도 인력 한계가 있어 실제로는 경찰 홀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통상 현장 출동한 경찰의 요청으로 환자 이송을 하러 소방이 출동하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지만 감염병의 경우는 질본으로 지휘가 일원화된 상태”라며 “소방이 질본 판단에 따라 지원을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개인의 호송 여부는 질본에서 판단하게 되어 있지만 현장 상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선 경찰의 조치에 대해 잘잘못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은 순찰차를 통한 2차 감염 가능성도 우려한다. 한 서울 지역 지구대 순찰팀장은 “신고가 오면 일단 경찰이 무조건 출동하는 시스템”이라며 “신종 코로나 의심 신고가 안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순경은 “그러잖아도 순찰차에 배치된 보호복이 일회용이라 불안하다”며 “적어도 의심증상 환자를 이송할 순찰차를 지정이라도 해줘야 전염 염려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황윤태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