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어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5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개막전이 열렸다. ‘디펜딩 챔피언’ T1이 담원 게이밍을 세트스코어 2대 1로 꺾었다. 승패와 별개로 승자에겐 걱정거리가, 패자에겐 위안거리가 생긴 한 판이었다.
T1은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의 불안한 경기력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날 이상호는 1세트에 레오나를 골라 2킬 9데스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무리한 교전 유도와 시야 장악 시도가 잦은 데스로 이어졌다. 그는 2세트에 다시 한번 레오나를 선택해 가까스로 전판 부진을 만회했다.
3세트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블리츠크랭크를 플레이한 이상호는 절묘한 ‘로캣 손(Q)’으로 ‘베릴’ 조건희(쓰레쉬)를 당겨오기도 했으나, 경기 중반 미드에서 허무하게 전사해 상대에게 추격 발판을 내어주는 치명적인 실수도 저질렀다. T1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듯했던 게임은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변모했다.
이제 막 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문제점을 개선할 시간은 충분하다.
T1 김정수 감독은 이상호에게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상호가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을 많이 쌓은 선수다. 라인전도 무난하게 잘하고, 정신력도 강하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칭찬함과 동시에 “장기전에 돌입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가끔씩 멍을 때리곤 한다. 이런 점을 고쳐야 한다”고 조언도 건넸다.
반대로 패배한 담원은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의 선전을 위안거리로 삼을 만했다. 지난해 LCK 서머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이기도 한 김건부는 이날 한층 더 노련해진 경기력을 뽐냈다. 1세트 막판 ‘용의 분노(R)’로 T1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미스 포춘)을 배달해낸 플레이는 이날의 백미였다.
김건부의 특급 배달은 3세트에도 등장했다. 내셔 남작 둥지 앞 전투에서 ‘페이커’ 이상혁(트리스타나)을 절묘하게 걷어차 팀원들 앞으로 보냈다. 이상혁을 일점사한 담원은 전투에서 낙승을 거뒀다. 이제 겨우 프로 2년 차를 맞은 김건부지만, 팀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가장 듬직한 활약을 펼쳤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