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한 달째 출마 지역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가 시간을 끌면서 유력하게 거론됐던 서울 종로는 사실상 후보군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회의를 열고 황 대표의 출마 지역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일부 공관위 외부위원들이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박완수 당 사무총장 등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에서 온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고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회의도 ‘황교안 일병 구하기’ 같았다”며 “중도 성향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공관위원 자리를 수락한 것이지, 한국당의 역학 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들어간 게 아니다. 그런다고 황교안 일병이 구해지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형오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를 포함해 당대표급 인사 처리 문제는 공관위원들과 일대일로 만나 심층적인 의견을 교환한 뒤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관위는 오는 7일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를 매듭 짓는다는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전 총리가 일찍이 정세균 총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지역 관리에 나선 상황에서 황 대표가 뛰어들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황 대표 측근 인사들도 직간접적으로 황 대표에게 ‘종로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최근 종로를 제외한 서울의 여러 지역구에서 황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여론조사도 실시했다고 한다. 종로를 제외한 지역으로는 용산, 영등포, 양천, 구로, 마포 등이 거론된다.
황 대표가 종로를 포기하면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김형오 위원장은 지난달 김 전 위원장과 만나 종로 출마를 포함한 총선 관련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종로구 평창동에서 20년째 살고 있다.
당 안팎에선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기업인으로 활동해 온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회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김빼기’ 차원에서 중량급 인사보다 차라리 전희경 당 대변인과 같은 비례대표 초선을 이 전 총리와 맞붙게 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