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하나 못하면서 트럼프 잡겠나”…스텝 꼬인 美민주당

입력 2020-02-05 17:16
민주당, 첫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 최종 결과 아직 못 내
선거 공정성에 회의 던져…‘러시아 스캔들’ 트라우마 재연
‘최대 수혜자’ 트럼프, 민주당 조롱 트윗
민주당, 동성애자 부티지지 부상에 보수 결집 우려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투표 결과를 보고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민주당은 투표 결과 발표가 늦어진 원인이 이 앱의 코딩 문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드라마 같은 대선 후보 경선 드라마를 통해 미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그 동력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겠다는 미국 민주당의 기대는 시작부터 꼬였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의 최종 결과를 5일(현지시간) 오전 4시까지도 공개하지 못했다. 개표율은 71%다. 경선 개막전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가 지난 3일 오후 7시에 시작됐던 점을 감안하면 투표 35시간 뒤에도 최종 성적표를 내지 못한 것이다.

최종 결과가 6일에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정확한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개표가 더 늦어질 경우 민주당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체 경선 하나 제대로 못 치르면서 어떻게 정권을 탈환해 미국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이 민주당을 향해 쏟아진다.

민주당 개표 연기 사태는 선거 공정성에 깊은 회의를 던졌다. 특히 미국은 2106년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선거 캠프가 당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이 사건을 22개월 동안 수사하기도 했다.

경선이 과열될 경우 일부 후보들이 선거 공정성 문제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NN방송은 “이번 사건은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면서 “선거는 신뢰와 진실성이 중요하며 특히 러시아 스캔들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아이오와주에서 일어난 투표 재앙에 대해 그들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는 대신 언제 러시아를 비난하기 시작할 것인가”라고 조롱했다.

민주당도 깊게 반성하는 분위기다.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위원장은 “이런 사건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투표를 최대한 빨리 집계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한 목표”라며 “정확성이 우리의 지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있는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투표 결과를 보고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시스템의 코딩 문제 때문에 투표 결과 발표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중간 개표 결과,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깜짝 선두에 나선 것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심경도 복잡하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부티지지가 선전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 세력이 더욱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