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는 신종 코로나 영향 절대 안 받을 걸요. 하루만 안 나와도 뒤처지는데…”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예비 고등학생 노모(16)양은 한숨을 쉬듯 말했다. 노양과 함께 있던 친구 2명도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학원이 문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중학생 김모(14)양도 “감염 걱정은 되지만 학원이 정상 수업하는데 빠지면 나만 손해”라며 “대신 항상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시민들이 공공장소 방문을 최대한 피하고 있지만, 대치동 학원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대부분 학원이 정상 수업을 하고 있었고, 출석하는 학생 수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도 대치동의 교육열은 아직 꺾지 못한 것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안모(49)씨는 “학부모들이 말로는 신종 코로나 걱정된다고 하면서 막상 강남 8학군 고등학교 설명회는 다 참석하더라”며 “다들 고급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마스크라도 끼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치동 유명 학원에서 진행한 ‘2020년 강남구·송파구 소재 고등학교 설명회’는 나흘간 정상 진행됐다. 고등학생이 되는 안모(16)군은 “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의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학원을 가고 있다”며 “대치동 학원은 한 번 빠지면 절대 쫓아갈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치동의 학원 관계자도 “가끔 개강을 연기해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휴원이나 수업 폐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독서실 형태의 스터디카페는 학생이 50%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대치동의 학생과 학원들은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에도 공부를 이어가기 위한 예방책은 지키고 있었다. 한 대형학원에선 수업 시작 전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실시하고, 강사들은 수업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 학원 소속 중국인 강사 A씨는 “말할 때 답답하지만 학생들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학원에선 최근 열화상 카메라를 구입했고, 수업 전 조교들이 100여명 학생들에게 일일이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있었다. 한 수학학원은 전체 학부모들에게 ‘학원 나름대로 신종 코로나 확산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감기 증상을 보이는 학생과 강사는 즉시 귀가조치 시키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 관계자는 “최근 발열 증상이 있는 아이들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안전 매뉴얼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