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하던 프리지아가 7900원”…졸업식 줄취소에 꽃집 ‘패닉’

입력 2020-02-05 16:49
5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내 꽃 판매장이 한가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졸업식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면서 고객들이 평소보다 줄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학교 입학식·졸업식 등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시즌 특수’를 노리던 꽃집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소규모 꽃집일수록 피해가 막심해 영세 상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5일 서울 주요 대학들이 몰려 있는 마포구 일대 꽃집들은 졸업식 시즌인데도 한산했다. 가게마다 ‘졸업식 꽃다발 예약 받는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손님이 있기는커녕 전화 한통도 울리지 않았다.

신촌 대학가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김모(50)씨는 “어제 학생들이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의 졸업식이 취소됐다고 하더라”며 “보통 졸업식 10일 전쯤부터 예약이 들어오는데, 올해는 주문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근 또다른 꽃집 사장도 한숨을 내쉬었다. 장모(59)씨는 “꽃은 1월 졸업식부터 5월 스승의 날까지 흐름이 이어지는 한철 장사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망친 것 같다”며 “꽃을 폐기처분해도 손해니까 1+1 재고 처리를 하려 한다”고 했다.

화훼 농가와 도매상에도 불똥이 튀었다. 김복순 인터넷화훼공판장 대표는 “지난달 초 1단에 3만1500원하던 프리지아 값이 7900원으로 떨어졌다. 30년 장사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에 장미 농가의 한 분이 ‘꽃이 너무 안 팔려서 다 불을 지르려다 폐기처분한다’고 울먹이며 전화했다. 아기 다루듯 기른 꽃을 싹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숙명여중 3학년 학생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숙명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교문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학교 측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외부인이 졸업식에 오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공지했다. 연합뉴스

초·중·고등학교가 졸업식을 해도 문제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졸업식을 간소화하고, 가족들의 학교 출입을 제한하면서 꽃 판매가 줄어서다. 양천구에서 화원을 운영 중인 한모(53)씨는 “보통 이 시기에 손님들이 직접 와서 꽃을 고르는 풍경이 정상인데, 찾아오는 손님이 하나도 없다. 꽃집 상인회 사람들끼리 모여 윷놀이나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교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다수가 모이는 신입사원 수료식, 승진자 축하 행사 등을 취소하면서 꽃집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영등포구의 꽃집 사장 방모(41)씨는 “2월 행사에 대비해 꽃을 많이 들여놨는데 하나도 안 팔린다. 지난해 대비 매출이 80~90% 줄어든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 때문에 손님들이 꽃집에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전화나 배달 주문도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전날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건국대 등 대학은 이달 중순 예정됐던 졸업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오는 26일 열리는 졸업식의 행사 규모와 참석인원을 축소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